전체 글
-
이타적인 전투 영화 ‘매그니피센트 7’카테고리 없음 2026. 9. 23. 15:38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의 갈등은 단순하다. 사업가 바르톨로뮤 보그가 로즈 크릭을 장악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땅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이에 맞서 엠마 컬런은 남편을 잃은 뒤 보그에 맞설 사람을 찾아 나서고, 샘 치좀을 비롯한 일곱 명의 헌터들이 마을에 모인다.처음에는 보수를 받고 의뢰를 수행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싸움은 단순히 돈을 받고 맡은 일이 아닌 것이 된다.완벽한 영웅은 없으므로, 일곱 명이 함께.타인의 문제에 개입할 때는 어떤 이해관계가 있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있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위해 함께 싸웁니다.처음부터 모두가 순수한 정의감 하나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곱 명이 모인 이유도 각기 다..
-
No AI 음악영상의 등장카테고리 없음 2026. 9. 22. 11:09
유튜브 음악 영상 콘텐츠 중 ‘No AI’를 명시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AI가 생성한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음악의 분위기나 장르와 별개로 제작 방식도 하나의 정보가 되고 있다. 무엇을 들을지만큼이나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음악 듣기 전, 제작 방식 확인플레이리스트 영상은 음악을 들려주는 동시에 상황을 표현하는 콘텐츠입니다. 이를테면 ‘새벽에 듣는 음악’, ‘퇴근 후 듣는 음악’, ‘여름밤 드라이브 음악’처럼 특정한 시간과 장소, 감정이 음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배경 이미지와 제목, 음악의 분위기가 하나의 경험을 제안합니다.생성형 AI가 음악 제작에 활용되면부터는 이러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들에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건 사람이 만든 걸까, AI가 만든 걸까.AI를 이용..
-
불편한 캐릭터, 영화에선 흥미진진카테고리 없음 2026. 9. 21. 12:13
현실에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심지어 위험한 사람도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관객은 그런 인물이라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본다.예를 들어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 '나이트 크롤러'의 루이스 블룸, '리플리'의 톰 리플리는 보기 불편한 인물이지만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하곤 한다. 이유는 뭘까.좋아하지 않아도 궁금할 수 있다현실에서 누군가의 행동을 불편하게 느끼면 거리를 두게 되지만, 영화에서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영화를 통해서는 그 사람을 안전한 위치에 두고, 해당 인물의 행동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그의 캐릭터와 선택들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다음에 어떻게 할까.선한 인물의 선택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선을..
-
스크롤하며 드라마보는 시대, 숏드라마의 출현카테고리 없음 2026. 9. 18. 12:29
OTT 플랫폼과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세로형 숏드라마’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SNS를 넘기듯 드라마를 소비한다. 드라마조차 스크롤해서 보는 시대다.세로형 드라마 등장, 이야기 구조의 변화요즈음, 짧게는 1~2분, 길어도 10분 안팎의 드라마 에피소드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감상하는 게 아닌, 틈날 때마다 혹은 크게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시청자의 반응이 콘텐츠에 영향을 미치고, 유명 배우들까지 참여하면서 이 형태는 독립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특히 세로형 숏드라마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세로 화면은 한 손으로 들고 보는 스마트폰 사용 방식과 맞물리며 즉각적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
어디까지 자기합리화? 영화 ‘어쩔수가없다’카테고리 없음 2026. 9. 17. 12:55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년 남성 유만수가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고,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점점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한 사람의 광기만이 아니라 그 광기가 시작된 현실을 같이 본다.만수는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면, 그 행동의 책임이 사라질 수 있을까.평범했던 삶이 무너지면유만수는 제지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그 노동을 바탕으로 아내와 자녀와 안정적인 삶을 일구었습니다. 그에게 직장은 돈 버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중년 가장의 삶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하지만, 곧 만수는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습니다.만수의 일상은 흔들립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고 가족의 ..
-
돈 생기고 화 낸 이유.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카테고리 없음 2026. 9. 16. 09:39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주인공 공은태(이준혁)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장에서 상사로서 화를 내는 일이었다. 그는 왜 돈이 생기자 화를 냈을까. 그는 왜 그동안 화를 내지 않았을까.참는 데엔 이유가 있다공은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를 받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어도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기에, 감정적인 스트레스와 더불어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오므로, 그는 화를 내는 것보다 참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사실 이런 행동은 개인의 성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회학자 아를리 호크실드가 설명한 '감정노동'은 자신의 실제 감정과 직업적으로 요구되는 표현을 조절하는 것을 말..
-
자백은 진실과 일치하나. 드라마 ‘자백’카테고리 없음 2026. 9. 15. 10:09
범죄 사건처럼 여러 정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본인이 인정했다'는 말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드라마 '자백'은 그 힘을 의심한다. 자백은 과연 진실인가.드라마 '자백'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한 번 내려진 판결과 그 판결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한다. 주인공 최도현(이준호)은 사형수가 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이미 판결이 끝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거짓 자백을 비롯한 여러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자백을 진실로 믿는 이유우리는 흔히 자백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리한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인정했다면 그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하지 않은 일을 굳이 인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그래서 자백은 진술보다 무게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
20년간격으로, 미지와 대화하는 방법. 영화 ‘미지와의 조우’, ’콘택트‘, ‘컨택트’카테고리 없음 2026. 9. 14. 11:31
1977년, 1997년, 2016년. 20년의 간격을 두고 나온 세 편의 SF 영화가 있다. '미지와의 조우',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 에이미 애덤스 주연의 '컨택트'(원제 Arrival).세 영화는 각기 다른 시대, 다른 감독의 작품이지만, 우리가 미지의 존재를 만났을 때 무엇으로 그들과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같은 답을 담았다. 말이 아닌 소리, 언어 아닌 패턴이다.보편적 언어를 향한 시도‘미지와의 조우'에서 인류와 외계 문명이 처음 주고받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다섯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짧은 선율입니다. 문법이나 단어도 없이 음의 높낮이와 리듬만으로 존재를 확인하고 신뢰를 쌓아갑니다. 이 장면은 음악이 우주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20년 뒤 '콘택트'는 이 발상을 과학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