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고전의 기억, 감상의 경험이 떠오른다. 영화 ‘벤허‘ 2016년작카테고리 없음 2026. 10. 14. 10:17
1959년작 '벤허'는 2016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됐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액션과 인물 중심 서사에 집중했다.보고 나면 어쩐지 아련해지는 영화. 이는 영화 속 인물들의 기억과 우리가 접한 고전의 기억이 연결되기 때문이다.비극의 역사를 추억으로 바꾸는 결말1959년작 '벤허'가 예수의 수난과 가족의 치유를 통해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드러냈다면, 2016년작은 벤허와 메살라의 관계에 보다 집중합니다. 원작에서 메살라는 전차 경주에서 치명상을 입고, 벤허에게 가족의 생존 사실을 알린 뒤 숨을 거두지만, 2016년작은 전차 경주가 끝난 뒤 벤허가 다리를 다쳐 쓰러진 메살라를 찾아가, 화해합니다. 벤허가 손을 내밀고 메살라가 그 손을 잡으면서 두 사람은 오랜 적대감을 해..
-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산다.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카테고리 없음 2026. 10. 13. 10:36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13억 당첨금을 손에 넣는다는 내용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후 드라마는 화려한 일탈이나 극적인 사건 대신 익숙한 '오피스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줬다.로또 1등으로 인한 '대단한' 일을 그렸다기보다는, '로또 1등'을 먼저 '대단한' 것으로 깔고는 '일상'을 그려낸 것이다. 돈으로 일상을 바꾸는 대신, 돈이 생긴 뒤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나타냈다.쓰지 않은 돈이 바꾼 것마지막 회인 10화의 소제목은 ‘로또 1등도 계속 출근합니다’입니다. 결말에 이르렀어도 주인공 공은태은 거액의 당첨금을 쓰지 않았고, 당첨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공은태에게는 이전과 다른 확실한 변화가 생겼습니다.https://youtu.be/iw26s03..
-
소련 배경의 미국식 첩보액션버디 영화 ‘메이데이‘카테고리 없음 2026. 10. 12. 14:46
냉전 배경 영화에서 미국과 소련은 대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보인다. 국가의 이해관계는 개인의 선악으로, 적국의 군인은 맞서야 할 대상으로 그려진다.영화 '메이데이'는 그런 익숙한 냉전 스토리의 대결 구도를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 적국에 떨어진 미국인 조종사가 전직 소련 정보요원과 손을 잡게 하며, 소련을 배경으로 지극히 미국적인 스토리를 펼쳐낸다.적국에서 시작되는 버디무비1987년, 미 해군 조종사 트로이 켈리(라이언 레이놀즈)는 소련 영토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다 추락합니다. 적진에 고립된 그를 발견한 사람은 전직 KGB 요원 니콜라이 우스티노프(케네스 브래너).트로이는 닉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고, 닉 역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트로이와 협력합니다. 서로를 믿을 이유가 없는 두 사람이 생존..
-
작고 귀여운데 불안한 세계관. 먼작귀 치이카와카테고리 없음 2026. 10. 8. 13:15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흥행 중이다. 원작은 일본 작가 나가노의 '치이카와'(ちいかわ)로, 네 컷 가량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만화다. 이번 영화는 원작 중 비교적 긴 장편 에피소드 중 하나를 확장한 것으로, 귀여운 일상 세계관에 어두운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다.이러한 내용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뭔가 작고 귀여운 것'의 줄임말인 캐릭터 치이카와 즉, '먼작귀'가 대중의 마음을 끄는 이유다.귀여운 얼굴 뒤 불안한 세계먼작귀는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 등 캐릭터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은 물론 이모티콘과 각종 굿즈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둥글고 작은 몸에 단순한 선, 과장되지 않은 표정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합니다.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의외로 어둡습니다. 캐릭터들도 강하지 ..
-
착취. 계획과 동조, 가스라이팅. 영화 '플라워 킬링 문'카테고리 없음 2026. 10. 6. 11:07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오세이지족을 대상으로 벌어진 연쇄 살인을 다룬다. 석유 개발로 막대한 부를 얻은 오세이지족의 재산을 노린 백인 남성들이 결혼과 상속, 후견인 제도 등을 이용해 접근했던 것이다.이때의 살인은 몇몇 악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친밀감과 위계를 바탕으로 계획과 동조가 있었다.사회, 제도의 구조적 폭력백인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 니로)은 타인의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인종적 편견과 경제적 욕망이 결합된 인물입니다. 이에 오세이지족은 그와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 취급되었습니다.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오랜 시간 구축되어 온 곳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거나 외면했습니다. 오세이지족의 죽음..
-
감독, 이야기꾼으로 직접 등판. 마틴 스코세이지 ‘플라워 킬링 문‘카테고리 없음 2026. 10. 2. 17:13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일을 다룬다. 석유로 막대한 부를 얻은 오세이지족을 노린 백인들이, 결혼과 상속, 보험 등을 이용해 그들을 조인다.영화는 라디오 방송국 프로그램을 장면으로 보여주며 마무리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마치 '극'이었다는 듯이, 진행자가 앞선 사건을 설명한다. 진행자는 이 영화의 연출자, 마틴 스코세이지. 그리고 앞선 사건은 모두 '사실'이었다.영화가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플라워 킬링 문'을 보며 우리는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 같이 있는 것처럼 사건을 따라가게 됩니다. 오세이지족의 삶, 인물 어니스트와 몰리의 관계, 윌리엄 헤일의 계획,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죽음들을 같이 지켜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영화는 갑자기 전혀 다른 ..
-
사람 아닌 캐릭터 ’인외(人外)‘에 서사를카테고리 없음 2026. 10. 1. 10:13
인간이 아닌 것에 성격과 감정을 부여한 이른바 '인외(人外)'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테면 2026 롯데월드 시즌 페스티벌의 가로등과 양초 캐릭터. 마치 영화 '미녀와 야수' 속 주전자나 양초 캐릭터를 보는 듯하다.사물에 마음을 쓰다'인외'라는 단어를 새롭게 붙여서 그렇지, 이러한 캐릭터들은 사람의 익숙한 사고방식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대상에 의도와 감정을 부여하고 또 그걸 읽어내는 것. 예를 들어, 어떤 무늬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 오래 사용한 물건에 애착을 가지고,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것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캐릭터화는 이런 과정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입니다. 눈과 입을 붙이고 이름까지 주면, 사물은 그때부터 존재감을 가집니다. 특정한 성격이 생기고 행동의..
-
스포를 당해도 영화를 본다카테고리 없음 2026. 9. 29. 09:42
영화의 반전이나 마지막 장면을 미리 말하는 것은 감상을 망치는 행위로 여겨지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스포일링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나, SNS 게시물, 영화 리뷰, 댓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의도하지 않아도 중요한 내용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스포'를 당해도, 우리는 그 영화를 보곤 한다.결말을 알고도 본다영화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가 죽는지, 두 사람이 결국 헤어지는지,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을 다른 영상에서 먼저 접한 뒤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영화 감상을 망치는 정보였던 결말이 때로는 영화를 선택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그 영화를 보는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요.영화는 결말이 다가 아니다예를 들어 '타이타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