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잊을 수 없는 다크함. 영화 '설국열차'영화 후기 2024. 6. 19. 11:15
설정부터 연기까지, 강한 몰입도최종 목적까지, 험난하게 닿는 여정설국열차(2013)_봉준호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에서 시작되고 그 분위기가 유지되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빙하기, 모든 것이 멸종되었고 최후의 생존자들만 기차 안에 탑승해 살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화는 바로 이 디스토피아, 한정된 공간인 ‘기차’ 안을 설정으로, 특히 기차의 꼬리 칸과 머리 칸의 확연한 구분으로 대비를 만듭니다. 꼬리 칸은 빈민, 그리고 머리 칸으로 갈수록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 타 있습니다. 그리고 맨 앞쪽 머리 칸에는 기차를 만든 사람이 그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관리하면서 최상위 계급으로 있습니다.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꼬리 칸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에드가(제이미 벨),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
현재, 미라가 있다면. 영화 '머미즈'영화 후기 2024. 6. 18. 10:04
고대 이집트와 현실 배경의 조화각자 성장하고 사랑하는 주인공들머미즈(2023)_후안 헤수스 가르시아 갈로차 영화는 현재,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사는 세상이 있다는 설정으로, 일단 배경상 흥미를 돋웁니다. 그 세상과 현실의 세상을 이어, 과하지 않은 판타지로 꾸며 냅니다.주요 ‘미라’ 인물은 두 명. 말이 끄는 전차 경주 챔피언인 투트, 그리고 주어진 운명이 싫고 새로운 걸 원하는, 노래 좋아하는 공주 네페르입니다. 투트는 챔피언이지만 두려움이 크고, 공주는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들은 ‘미라’지만, 이들이 미라라는 건 비주얼로 알 수는 없습니다. 보통의 사람, 고대 이집트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미라라는 건, ‘현실’ 세상에서 특수한 상황 즉 ‘플래시’가 터질 때만 드러..
-
담담한 블랙코미디.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6. 17. 11:19
현실을 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일상 고민이 충분히 녹아든 시크한 상상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2024)_김보원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두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남자가 인간 존재의 이유를 ‘영상’을 통해 설명하고, 그 영상을 본 여고생이 그에 영향을 받아 그를 찾아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수업을 받는다. ‘인간’이라는 존재, 그중에서도 인간인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담긴 것으로, 영화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에 적당한 답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거지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그 사람이 거지가 된 사연을, 그의 어린 시절부터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가 참 현실..
-
좀 심한 관종...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영화 후기 2024. 6. 17. 11:10
원제 Sick of Myself‘관심’에 대해해시태그 시그네(2023)_크리스토퍼 보글리 영화는 ‘Sick of Myself’가 원제입니다. ‘나 자신이 지겨워’라고 번역되는데, 의역해 본다면, ‘이런’ 내가 나도 지겨워, 라고도 하겠습니다. 영화는 인물 시그네의 ‘이런’ 모습을 비춥니다. 그 모습 안에, 현대 사회 ‘관심병’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는 카페에서 일하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예술가 남자친구 토마스(아이릭 새더)와 같이 살고 있고, ‘관심’에 관심이 많고, ‘관심’이 고픈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런 시그네의 모습을 다양하게 비춥니다. 드라마상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그네의 모습은 물론, 시그네 내면에서 스치는 순간순간의 상상들도 비춥니다. 이를 통해 시그네의 ‘관심..
-
짱짱한 액션, 인물, 스토리.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영화 후기 2024. 6. 14. 10:12
드라마 같은 구성의 액션 시대극액션의 맛, 대사의 맛군도: 민란의 시대(2014)_윤종빈 백성들이 살기 힘든 시대. 조선 철종 13년. 영화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그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장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여느 역사 다큐를 보는 것 같은데, 이건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에 더해 내용 설명을 자막 없이 ‘들려 주는’ 방식으로, 청각적인 것에 보다 집중을 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에 집중력을 높입니다. 구성은 평면적입니다. 몇 편의 이야기를 이어 놓은 듯, 영화는 이 이야기의 배경부터 인물 캐릭터의 탄생, 그들의 활약을 마치 중장편 드라마의 축소판인 것처럼, ‘장’을 나누어서 천천히 알차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대사들이..
-
좀 협소한 블록버스터 영화 '포세이돈'영화 후기 2024. 6. 13. 10:07
취사선택된 인물, 스토리스케일에 비해 아쉬운 설득력포세이돈(2006)_볼프강 페터슨 영화는 거대한 유람선 ‘포세이돈’이 거대한 파도를 만나 뒤집어져, 거기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때는 1월 1일 새벽. 파티가 한창인 시각입니다. 먼저 영화는 배 안의 분위기를 평면적으로 비추다가, 파도가 밀려오는 단 한 컷 이후에는, 배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비춥니다. 그때부터 ‘생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때 딜런 존스(조쉬 루카스)를 중심으로 인물 여럿이 동행합니다. 뒤집어진 배의 위편 그러니까 배의 아래편으로 올라가고자 하기에, 이를 따라 몇 사람이 함께하면서 실질적인 생존 스토리가 시작됩니다.영화는 딜런을 비롯한 몇 인물에만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파도에 삼켜진 배, 그것에..
-
전편도 최고였는데 그걸 갱신함!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6. 12. 13:25
사춘기 ‘라일리’의 복잡해진 내면 상황 다양하고 정밀해진 캐릭터, 심리 표현 인사이드 아웃 2(2024)_켈시 만 잘 만든,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던 ‘인사이드 아웃’의 두 번째 편 ‘인사이드 아웃 2’가, 명불허전 또다시 잘 만든, 좋은 애니메이션으로 찾아왔다. 제작 연도상으로는 9년의 차이가 있지만, 영화 속 캐릭터 ‘라일리’에게는 2년이 흘러, 이제는 13세의 사춘기를 맞이한 상황. 영화는 ‘사춘기’를 주요 특징으로, 전편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그만큼 섬세해진 캐릭터와 스토리를 펼쳐 낸다. 이에 기존 다섯 개의 ‘감정’ 캐릭터에 네 개가 더 추가돼, 총 아홉 개의 감정 캐릭터가 등장한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 다섯 개의 감정과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이 네 개 감..
-
전투 그리고 지형에 초점! 영화 '봉오동 전투'영화 후기 2024. 6. 12. 10:02
전투 자체에 초점‘봉오동’ 그리고 1920년 일제 강점기봉오동 전투(2019)_원신연 때는 1920년. 영화는 그 시기의 ‘전투’를 비춥니다. 3.1 운동이 일어난 지 일 년이 된 시기, 일제 강점기의 한복판에 있던 민족의 모습이 비칩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그러한 거시적인 상황들 또는 인물들의 드라마를, 모두 ‘봉오동 전투’ 안에 녹였습니다. ‘봉오동 전투’란 ‘1920년 6월 7일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홍범도, 최진동, 안무 등이 이끈 대한북로독군부의 한국 독립군 연합 부대가 일본군 제19사단의 월강추격대대를 무찌르고 크게 승리한 전투입니다. (출처:두산백과) 먼저 영화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독립군 무리를 보여 줍니다. 황해철(유해진)을 중심으로 마병구(조우진) 외 인물들이 함께 움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