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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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상상놀이. 영화 '수면의 과학'영화 후기 2024. 7. 5. 10:51
복잡하리만치 엉킨 현실과 상상다양한 질감의 실사 영상 보는 재미수면의 과학(2006)_미셸 공드리 한 남자가 다소간 엉성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쇼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자세히 보니, 종이 박스로 만들어진 카메라 그리고 장난감 놀이를 하는 듯한 상상의 요리 등으로, 현실 공간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 공간, 소품, 그 행동들은 모두 남자의 상상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력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로, 엄마 집에 와 엄마가 소개하는 직장에 다니게 되는, 어른입니다.영화는 그런 어른 캐릭터를, 어렸을 때부터 꿈과 현실 즉, 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확고하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 덕분에, 영화는 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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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 여사친의 인생 여정. 영화 '러브, 로지'영화 후기 2024. 7. 4. 10:47
절친 두 남녀의 사랑 과정유쾌하고 꽤 무게 있는 드라마러브, 로지(2014)_크리스티안 디터 영화는 인물 로지(릴리 콜린스) 그리고 로지의 친구 알렉스(샘 클래플린)에 주목합니다. 두 인물은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로, 흔히 남사친, 여사친의 관계로 학창시절을 쭉 같이 보냈습니다. 이들은 사랑도 각자 합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듯 없는 듯,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면 안 되는 친구 사이의 어떤 금기와도 같은 선때문에 이들은 인생의 친구로서 함께하는 모습입니다.초반부는 아, 이 영화가 남사친, 여사친의 가벼운 로맨스 영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유쾌하게 진행되지만 실은 그렇게 가볍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물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드라마로 묵직합니다.영화는 두 인물의 인생을 따로 또 같이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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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이렇게 중요하다. 영화 '자전거 탄 소년'영화 후기 2024. 7. 3. 10:44
버림받은 소년의 상황, 심리 표현인물을 지켜보며 그의 삶을 응원하는 영화자전거 탄 소년(2012)_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소년은 열한 살. 보육원에 삽니다. 이름은 시릴(토마스 도레). 그런데 어느 날 아빠(제레미 레니엘)가 사라졌습니다. 시릴의 자전거도 사라졌습니다. 시릴은 아빠를 찾으러, 자전거를 찾으러 정신없이 다니는데, 아빠가 자신의 자전거도 팔아 버리고 집도 비우고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다 곧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찾게 되고, 주말마다 사만다와 함께 지내는 위탁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먼저 영화는 아빠를 애타게 찾는 시릴의 모습을 비춥니다. 아직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절실함이 보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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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없어 힘든 청년. 영화 '더 차일드'영화 후기 2024. 7. 2. 10:39
미성숙해서 삶이 힘든 인물을 조명깨닫기까지 만만치 않은, 스스로 만든 현실더 차일드(2006)_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한 여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누군가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한 남자가 돈을 벌려고 물건을 훔치고 팔며 돌아다닙니다. 이 둘은 연인 사이. 아직 애티가 있어 보이는 젊은 청년, 소니아(데보라 프랑소와)와 브뤼노(제레미 레니에)입니다. 이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풋풋하고 열정이 느껴지는데, 생활은 팍팍합니다. 더 큰 문제는, 브뤼노가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소니아가 아이를 낳아 데리고 온 그때, 브뤼노에게 부성 따윈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도둑질을 하면서 하는 말이, 일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것. 그러고는 자신의 아이도 팔아 넘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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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 전투. 영화 '퓨리'영화 후기 2024. 7. 1. 10:36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의 탱크 ‘퓨리’생생한 전장, 그러므로 묵직한 이야기퓨리(2014)_데이비드 에이어 영화는 1945년 4월, 2차 세계 대전 중의 모습을 비춥니다. 너무 생생해서 끔찍한 전장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 중심에 ‘퓨리’와 인물들이 있습니다. 퓨리는 미국 연합군 탱크의 이름입니다. 그 안에 워 대디(브래드 피트)와 부대원이 있습니다. 워 대디의 지시로 이들은 움직이는데, 특히 탱크 안팎에서의 생생한 공격 모습이 실감납니다. 쉽게 알기 힘든 ‘탱크’라는 전차 무기를 활용하면서, 영화는 전투의 생생함과 공간, 소품을 통한 비주얼을 나타냅니다. 전투 현장감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인물들의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전우애 그 이상의 인간애를, 전우들을 통해 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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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은 안 돼. 그래서 디스토피아. 영화 '월드워Z'영화 후기 2024. 6. 28. 09:26
디스토피아, 좀비와의 전투역동성과 공격성 있는, 서정적 서사월드워Z(2013)_마크 포스터 갑자기 공격이 시작됩니다. 어디에서 온 건지도 모르고 무엇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고, 어떤 ‘존재’의 공격이 시작되어, 아비규환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영화는 제리(브래드 피트)와 가족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초반부에 소개했던 터라 그 아수라장이 더욱 대비되어 두렵게 느껴지는데, 이때 제리는 전 UN 조사관으로, 영화는 그에 초점을 맞춰 그의 행보를 따라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도입부에서 이 영화의 배경이 디스토피아인 것만 확인될 뿐 ‘공격’의 다른 뚜렷한 이유는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일으키면서, 영화는 제리를 통해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도록 합니다.사람들을 공격한 주체는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들입니다. 이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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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다.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영화 후기 2024. 6. 27. 09:21
부모를 여읜 아이의 복잡한 심리아이의 행동과 마음을 따라가며.프리다의 그해 여름(2018)_카를라 시몬 피포 프리다(라이아 아르티가스)는 여섯 살 여자아이입니다. 프리다는 곧, 시골에 사는 외삼촌 집으로 보내지는데, 부모 없이 여섯 살 아이로서는 거의 생존에 가까운 애정결핍의 복잡한 심정을 안고서는, 그곳에서 지내게 됩니다.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앞에 놓인 상황 안에서 순간순간,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때 프리다가 어떤 심정인지 어떤 감정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 주변 어른은 물론 프리다 본인조차 그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과 감정이라, 영화는 그저 프리다와 그 주변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지켜봅니다.그렇게 카메라의 시선과 더불어 프리다를 보지만, 그럼에도 그 심경 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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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필터를 씌운 영화 '서치'영화 후기 2024. 6. 26. 10:27
모든 화면, 이야기 진행은 ‘스크린’으로이제는 보편화된 표현 방식서치(2018)_아니쉬 차칸티 두 번째 편 ‘서치 2’까지 제작된, 고유의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는 영화 ‘서치’. 2018년 영화로,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스크린’ 활용 표현법이 일품인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사건, 인물을 직접 카메라로 담지 않고, 영화 속 스크린에 담긴 인물, 사건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특히 구글과 애플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아이폰이 연동되는 애플 컴퓨터 스크린에 표현된 것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여타 다양한 SNS를 통한 것들을 영화의 모든 ‘장면’으로 사용했습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모든 장면에 ‘스크린 필터’를 씌웠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이제는 익숙하게 다가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