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영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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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하다, 모두의 초상. 영화 ‘잠자리 구하기’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10. 2. 12:40
공감의 기억, 19-25세의 기록 그때 그들의 삶에서 발견하는, 삶의 보편성 잠자리 구하기(2024)_홍다예 이 영화를 공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과 고민이 있었을지,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그 고통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화다. 고3 입시생 시절부터 스물다섯 살 청년이 되기까지의 영상이 담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감독 본인과 주변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 그 시절의 모습, 생각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2010년대 중반 대학 입시생이었던 그들의 모습 속에 우리가 있다. 입시의 기술적인 방법들만 조금 다를 뿐, 입시라는 것이 지닌 속성 그 원형은 ‘나 때’와 다르지 않아, 십 대 후반 해사한 얼굴들에 드리운 그림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영상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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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영화 ’산이 부른다‘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9. 23. 06:56
물아일체를 연출하다 한 남자의 산행기이자 인생 변환기 산이 부른다(2024)_토마스 살바도르 영화는 먼저 한 남자의 일상을 비춘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그, 피에르(토마스 살바도르). 그는 꽤 중요해 보이는 미팅에서도 영혼 없는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그때 시야에 ‘산’이 들어온다. 프레젠테이션 중에도 산을 보며 멍때리던 그는, 정말로 산이 자신을 부르기라도 한 듯이, 그길로 산행 장비를 사서 광활한 설산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피에르가 그 설산, 알프스 몽블랑에 완전히 매료되어, 자신의 근거지인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몽블랑의 안쪽으로 더 깊이, 더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비춘다. 이때 화면에 담긴 자연 지형이 매우 근사하고, 황홀하다. 새하얀 빙하 그리고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있는, 몇몇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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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이런 사람. 영화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8. 30. 15:05
일상을 비추며, 그 안의 인물, 그 안의 죽음 불시에 드는 상상을 불시에 표현하며, 인물에 주목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2024)_레이첼 램버트 몇 년 전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제목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생각나는, 양가적 감정을 표현한 눈에 띄는 제목을 단 이 영화는, 원제 ‘Sometimes I Think About Dying’으로, 때때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프랜(데이지 리들리)의 일상을 담고 있다. 트렌디한 제목으로 시선을 모으는 데 일단 성공하며, 영화는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의 직장 생활을 차분히 비춘다. 프랜이 때때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정말로 불시에, 아무런 동기가 유발되지 않은 것 같은 일상적인 순간순간에 자신의 죽음에 관한 상상 장면을 떠올린다는 건데,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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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홉킨스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8. 9. 12:29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의 대화 각자 또는 모두의, 진실과 사연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2024)_맷 브라운 영화는 20세기 정신분석학 창시자이자 무신론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작가이자 유신론자인 C.S 루이스의 만남을 다룬다. 이 만남과 대화는 가상이다. 그리고 때는 1939년 9월 3일.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시점이다. 어수선하고 위험한 시대 배경을 뚫고, 루이스(매튜 구드)가 프로이트(안소니 홉킨스)의 초대로 그의 집에 방문한다. 루이스는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로 전향한 옥스포드 교수의 위치, 프로이트는 성에 근원해 인간 정신을 분석하는 석학의 위치에 있다. 두 사람이 만나, 각자의 정신 세계를 기반으로 날카로운 대화를 이어 간다. 특히 그 날 선 분위기, 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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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 미셸 공드리ㅋ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8. 2. 12:40
감독 미셸 공드리가 녹아 든, 그의 이야기 그가 만드는 영화, 그가 하는 작업의 상상 출처 공드리의 솔루션북(2024)_미셸 공드리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면,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본 적이 있다면, 그의 음악적이고 미술적으로 섬세한 감수성과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스토리와 대사 그리고 아날로그적 상상 표현과 연출의 기발함에 시선을 빼앗긴 적이 있다면, 환영할 만한 영화다. 맨 첫 장면부터 아, 미셸 공드리다, 싶다. 무언가를 실험하고 발명한 결과물. 그게 시각적으로 투박할지언정 상상에 논리성을 부여하는 기계 부품이 반복적으로 도입부에 보인다. 그 특유의 멜랑콜리하면서도 달콤한 음악을 배경으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기억 삭제 장치 또는 ‘수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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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에 바라던 걸 담은 음악 영화 ‘디베르티멘토’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7. 30. 12:25
실존 인물의 실제 이야기 음악 영화에게 바라는 모든 것 디베르티멘토(2024)_마리-카스티 망시옹-샤르 영화는 지휘자가 꿈인 십 대 비올라 연주자 자히아(울라야 아맘라)를 비춘다. 파리 교외에 거주하다 파리의 음악 학교로 가, 다른 학생들에게 무시 받으면서 자신의 실력도 제대로 내보이지 못하다가, 그 재능과 노력을 통해서 결국 지휘자로 발돋움하게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때 자히아의 가정 환경도 주목해서 비춘다. 부모가 음악을 좋아해서 집안엔 늘 음악이 흐르고, 부모는 자히아와 그 동생 페투마(리나 엘 아라비)의 음악 활동을 적극 지지해 준다. 패투마 역시 재능 있는 첼로 연주자로 자히아와 함께 움직인다. 자히아가 이민 가정으로 나오는데, 체감상 그에 대한 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대신 자히아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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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청소년 난민, 유럽 가는 험한 길. 영화 ‘이오 카피타노’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7. 29. 11:21
세네갈 십 대 청소년의 유럽행 생명, 생존을 비추는 시선 이오 카피타노(2024)_마테오 가로네 영화는 세네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 엄마와 형제들과 거주하는 세이두(세이두 사르)와 사촌 무사(무스타파 폴). 이들은 악기 연주를 하고 음악을 만들면서 일상을 보내고 꿈을 키운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꾼다. 유럽으로 가는 것 즉, 세네갈을 탈출하는 것이다. 영화는 아직 앳된 모습에 끈끈한 가족애를 가진 두 인물을 따라간다. 가족을 떠나는 게 심적으로 힘들지만, 세이두와 무사는 현실을 벗어나 더 나은 환경으로 가는 데 뜻을 모아, 실현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정말로 녹록지 않다. 당연히 불법이고 돈도 많이 필요하며, 경로는 험난하고 경로마다 만나는 사람들도 부정하다. 상상치도 못한 고초를 겪어야 하고 목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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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가 날리는 티니핑 영화 ‘사랑의 하츄핑’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7. 25. 10:29
짝을 찾는 모험. 익숙한 스토리 구조 귀여운 브랜드 캐릭터와 상업적 조화 사랑의 하츄핑(2024)_김수훈 그렇게나 핫하다는 요즘 캐릭터, 티니핑이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다. 대체 무엇이기에 아이들이 열광하나 봤더니, 그럴 만하다.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있고, 좋다. 우습지 않고 즐겁고, 그 순수한 매력에 동화된다. 영화는 로미 공주가 자신만의 짝을 만나기 위해 하츄핑을 찾으러 떠나고, 하츄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렇게 둘은 짝꿍이 되고, 티니핑들이 인간에 대해 오해했던 것들도 풀리게 된다. 스토리 구조는 아이들 대상으로서는 전형적이다. 로미가 소개되고, 짝을 찾는 데 실패할 뿐더러 하츄핑을 찾으려는 데에도 반대에 부딪쳐, 할머니의 조력으로 용기를 얻어 모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