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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 통제로 통제하는 세상, 오호통재라. 영화 ‘이퀼리브리엄’
    영화 후기 2024. 9. 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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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위험을 ‘감정 통제’로 통제하는 발상
    설정과 액션 연출이 독창적인 영화

    이퀼리브리엄(2003)_커트 위머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이후 인류는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주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냈다는 설정으로, 영화는 진행됩니다.

    바로, 감정을 통제하는 약물을 스스로 주입함으로써 세상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매우 오싹한 방법입니다. 이에 세상은 독재 정권의 통제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감정을 유발하는 물건은 압수, 사람은 처단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치안(?)을 유지합니다.



    이때 감정을 처단하는 요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엄청난 훈련으로 액션 기술이 습득된 자들로, 존 프레스톤(크리스찬 베일)은 그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요원입니다. 영화는 감정을 통제하는 세상을 소개하면서 존 프레스톤의 능력도 같이 소개합니다. 작품 ‘모나리자’ 등의, 인간의 감정을 상징하는 예술품들을 소각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소지하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존의 능력이 드러날 때의 액션 연출이, 매우 돋보입니다.

    자연스럽기보다는 온갖 힘이 들어간, 한 명이 여러 명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작위적으로 연출된 액션인데, 그 화려함과 스피드에 시선을 빼앗기고 맙니다. 존의 액션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서 수작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빼어납니다. 여타 액션 영화들에서는 보지 못 했을 법한 장면들이라 더욱 가치 있습니다.



    존의 액션은 이 영화의 감초이자 중심입니다. 다만 영화는 액션 중심이 아닌 지극히 흘러가는 스토리 중심으로, ‘감정 없음’을 필두로 내용을 전개해 나갑니다. 일단 전체 분위기가 무겁고 경직되어 있는데 ‘감정 없음’ 덕분에 그 분위기가 더욱 부각되고, 그 싸늘함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감정과 감각의 의식적 분리와 통합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 세련되게.

    모든 이야기, 모든 영화들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감정’이 들어가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감정 그 자체를 다룸으로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인데, 그걸 어떻게 풀 것인지 또는 ‘감정 없음’과 ‘감정 있음’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고민 거리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가 ‘감정 통제’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도, 어떤 표현들이 감정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유발자’들을 처단하는 요원들은, 직업이 직업인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잡아내는 예리함이 있어서, 그들의 시선으로 관객도 ‘감정’을 예민하게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의아한 지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원들이 가지는 ‘충성심’은 감정이 아닌가? 간간이 표출되는 정부의 또는 요원의 ‘분노’는 감정이 아닌가? 무언가 만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각’ 아닌가? 등.

    연기의 문제인지 스토리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이 인물을 연기하고 사람이 영화를 만들기에 애초에 ‘감정 없음’을 표현하는 게 무리였던 건지, 여하튼 영화는 매우 까다로운 주제를 선택해 ‘감정’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그 표현을 제대로 하고자 노력을 기울인 모습입니다.



    미술, 문학, 음악 작품들을 ‘감정’의 물건으로 삼고, 또 향수가 일으키는 후각적, 손끝에 닿는 촉각적인 ‘감각’으로 ‘감정’을 일으키며, 영화는 ‘감정 통제’ 세상에 반기를 듭니다. 그 반란은, 존의 자각, 능동성에서 옵니다.

    스토리와 액션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입니다. 감독 커트 위머는 연출, 제작도 하지만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작품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스토리 설정이 확실하고, 연출적으로는 특히 존의 액션 장면을 포인트 삼은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https://tv.kakao.com/v/3825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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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