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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보고픈 정성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영화 후기 2024. 9. 10. 09:41반응형SMALL
세 편의 단편 모음집
창의성 빛나는 고전,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2024)_닉 파크
어린 시절, 끽해야 학교에서 찰흙 만들기 시간에 뭉뚱그렇게 사람 형상이나 만들던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애니메이션. 그 시절, ‘비디오‘를 통해서 만나게 된 재미있는 캐릭터와 이야기, ‘월레스와 그로밋‘ 애니메이션.
그, 사라지지 않는, 여전한 캐릭터를 이제 와 다시 보니,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내가 ‘비디오‘로 만났던 ‘월레스와 그로밋'은 무려 35년 전의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월레스‘가 지금의 나와 비슷할 듯한 나이의 어른 (성인이라면 누구든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고 느낄 법한 느낌의), ‘아저씨'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그 창의성과 순수성으로 아이들 눈높이에도 똑 떨어지는 스토리를 펼쳐 낸다는 것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서부터 이 작품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지는데, 이 작품은 정말로 한 땀 한 땀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조금씩 움직여 한 컷 한 컷 장면을 만드는 ‘스톱모션‘ 방식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건 기술적인 것으로 두고, 더 눈에 띄는 건 스토리의 창의성입니다.
월레스 캐릭터를 발명가로 설정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작가가 발명가적 기질이 다분해 월레스를 발명가로 만든 것인지 모르게, 영화는 발명가 캐릭터에 걸맞은 소품이나 장치들을 스토리에 녹여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면이 돋보입니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90년대 즈음의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기계‘들을, 일상적인 상황들에 활용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를테면 자동으로 밥을 차리거나 옷을 입혀 주는 따위의, 일상의 ‘귀차니즘’에서 오는 실용적인 발명품들이, 어린이나 어른이나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여기에 그로밋이라는, 반려견 캐릭터가 월레스를 확실하게 보좌해 줍니다. 선을 넘지 않고, 충실하게 애완동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요즈음의 애완동물 캐릭터 영화들은 선을 넘고 또 넘어 사람 같기 일쑤지만, 그로밋은 그렇지 않습니다. 딱 적당한 정도로 월레스와 함께하면서, 그럼으로써 더욱 흥미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치즈, 전자바지, 양털깎이 등 일상 소재
두 캐릭터의 단출함이 풍성함을 만들다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입니다.
‘화려한 외출‘은 월레스가 치즈를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 그로밋과 달에 가서 치즈 모양의 달을 먹는 내용을 기본으로, 그 밖에 재미있고 기발한 상황들로 웃음을 줍니다. ‘전자바지 소동‘은 새로운 캐릭터 ‘펭귄‘을 등장시키면서, 그 귀여운 외양과 달리 과격한 범죄자의 모습으로 한바탕 소동을 만드는데, 이때 월레스의 ‘그로밋을 산책시키기 위한’ 발명품인 ‘전자바지‘가 이야기의 중심 소품이 되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양털 도둑‘ 역시, 실용적인 발명품 ‘양털 깎이‘를 가지고 상황들을 만들어 내면서 즐거움을 줍니다.
어쩌면 어른 한 명, 개 한 마리의 단출한 구성으로 이야기 또한 단출하게 진행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각 캐릭터의 일상성을 기반으로,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창의적으로 이야기를 채웁니다. ‘화려한 외출’은 1989년, ‘전자바지 소동’은 1993년, ‘양털 도둑’은 1995년에 각각 BBC를 통해 방영된 바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영국 제작 작품으로, 월레스는 영국 맨체스터 위건 시민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제작 기간이 길어, 하나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귀하게 여겨지는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입니다. 2024년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공개된다고 하는데, 변함없는 일상성과 창의성이 또한 어떻게 발현되어 새로운 이야기, 익숙한 캐릭터로 즐거움을 줄지 기대됩니다.
https://tv.kakao.com/v/444594297'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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