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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윅 리로드'& 비발디 여름영화와 음악 2022. 8. 13. 14:00반응형SMALL
격한 여름 ㅎㅎ
격하게 표현한 비발디 여름
비발디 여름으로 격해진 장면
‘존 윅’이 로마로 출동했습니다. <존 윅> 1편에 이은 2편은 이탈리아의 로마를 배경으로 사건이 펼쳐집니다.
사건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액션 영화가 그렇듯이, 서로 죽고 죽이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들이죠. 이야기 안에서 중요한 인물은 죽지 않거나 늦게 죽습니다. 하지만 그 외 배경이 되는 인물은 파리 목숨입니다. 우리 실제 인생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만, 영화 속 이야기에서는 삶과 죽음으로 그 사람의 중요도가 쉽게 갈릴 때가 많습니다. 특히 무기를 사용하는 액션 영화에서는 총알 하나만으로 소중한 존재 여럿이 금방 사라져버립니다.
그렇다고 ‘죽음’ 하나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영화는 ‘영화’니까요. 그 배경이 되는 세계관과 그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은 우리 인생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존 윅:리로드> 역시 그들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련된 영상과 음악을 자랑합니다.
존 윅:리로드 John Wick: Chapter 2
개봉 당시 예고편 영상입니다. 배경에 깔린 음악을 들으셨나요? 어딘지 익숙한 음악이죠. 바로 비발디 <사계> 중 ‘여름’입니다.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 Vanessa Mae의 ‘storm’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편곡이 되기 전까지는 이 음악이 이렇게나 테크노적 감성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었죠. 편곡된 강렬한 비트의 음악을 듣고 나면 원곡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인상적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비발디의 음악이 깔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꼽아보자면 첫째, 비발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작곡가입니다.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의 음악이 깔리는 건 현명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둘째, 비발디는 1678년 출생입니다. 영화 자체의 현대적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 자체는 고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로마입니다. 그만큼 고전적인 느낌이 많이 깃들여 있습니다. 17세기의 음악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탄생시키며 효과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은 대중적으로 매우 친숙한 곡입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 음악으로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조금만 편곡을 하면 묘한 느낌이 감도는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죠. 이 음악이 사용된 장면이 바로 그렇습니다. 비발디의 음악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세 번째는 바로,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총격 액션 장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장면
음악이 들리시나요? 총격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는 않는데요. 비발디 원곡의 박자를 쪼개서 더욱 강렬하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면의 시작은 화려한 파티입니다. 실내악 음악이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하지만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와 함께 실내악 음악이 중단되면서 편곡된 '사계'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은 이탈리아의 로마 국립현대미술관 Galleria Nazionale Arte Moderna입니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총격이라니요. 정말 묘하게 뒤틀린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음악이 한 몫 단단히 하는 장면입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대마다 다른 환경과 역사를 품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색깔의 음악이 탄생하는 거겠죠.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 또한 시대가 가진 분위기와 그의 음악적 특색이 충실히 반영되었고, 이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음악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럼 원곡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2Zl8DfDly0
이 음악을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존 윅:리로드>의 편곡 음악과 장면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비발디의 ‘여름’은 피가 낭자한 로마의 한 박물관이 되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장면의 의도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음악의 장르가 특히 다양해진 현대에는 고전 음악들을 더욱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적 요소와 더해지면 흥미로운 음악들이 수없이 탄생할 수 있겠죠. 영상 매체와 콘텐츠들이 홍수와 같이 터져 나오는 요즘, 클래식 음악 또한 개별적 콘텐츠들과 궤를 같이 하여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클래식화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거대한 축인 영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은 그 자체로 순수하게 쓰일 수도, 이 영화에서와 같이 편곡되어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대중’과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기도 하고요. 복잡하고 미묘한 미로와 같은 사람의 감정과 장면들을 표현하는 데에 어떤 방법인들 쓰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존 윅:리로드>를 통해 본 비발디의 음악, <사계> 중 ‘여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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