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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겨울나그네 11곡 Frühlingstraum 봄의 꿈음악 이야기 2022. 7. 11. 15:00반응형SMALL
봄의 꿈.
'겨울나그네' 곡 중 참 반갑고 부드러운 제목
:)
일장춘몽. 깨어보니 한낱 꿈이었더라... 라는 허무함과 그래도 기쁨과 알 수 없는 몽롱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곡. <겨울나그네> 열한 번째 작품 ‘Frühlingstraum( 봄의 꿈)’
반주가 이례적으로 가볍고 비교적 높은 음계에서 시작된다. 앞 노래들과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비현실적이다. 정말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깃털 한 개가 바람에 실려 다니듯, 혹은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돌아다니듯 한 호흡 붕 뜬 느낌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 Frühlingstraum- 봄의 꿈
https://www.youtube.com/watch?v=igBBHaKfszk
정말이지 이렇게 제목과 매칭이 잘 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봄날에 꿈을 꾸는 듯 감상에 젖는다. 너무나 예쁘다. 슈베르트의 여리디 여린 감성이 묻어난다. 바로 전 ‘Rast(휴식)’ 곡을 듣고 이 음악을 들으면 놀랍도록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그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중에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은 달다. 봄의 꿈이다. 봄의 향기가, 그 따스함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현실이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나그네는 혹독한 겨울에 꿈 속에서나마 봄을 맛보는 중이다.
불멸의 음악성과 감성의 완성도
나그네의 심경과 음악이 이토록 매치가 잘 되는 음악이라니 매우 놀랍고 또 놀랍다. 가사를 전혀 모르더라도 음악의 흐름에서 그 감성을 읽을 수가 있다. 이 음악은 낙폭이 크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고 다른 <겨울나그네> 작품들보다 꿈결처럼 환상적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을 곡이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한 남자 주인공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는 공연을 보고 있는 듯 눈앞에 장면이 펼쳐진다. 남자의 심경이 공감각화 되어 소리로 들릴 뿐 아니라 눈으로 또 피부로 와 닿는 것 같다. 다른 곡들은 한 절이 이분화되어 두 가지 정도의 느낌을 주었다면 이 곡은 특히 삼분화 되어서 세 가지의 느낌을 주고 있다. 가사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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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꽃을 보았어요, 오월의 아름다운 꽃이었죠
푸른 풀밭 위에 누워서 새들의 노래를 들었죠
피아노 반주에 딱 걸맞은 꿈, 꽃, 5월의 봄, 푸른 풀밭, 새들의 노래의 향연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그러다가 별안간 분위기가 바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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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소리가 잠을 깨워 눈이 떠졌어요
어둡고 차가운 지붕 위에는 까마귀가 울고 있었죠...
화들짝 꿈에서 깰 때가 있다. 유리 천장이 와장창 깨지듯 깜짝 놀라 번쩍 눈을 뜰 때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듣는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로 반전을 보여준다. 정말로 꿈에서 깨듯 정신이 번쩍 드는 부분이다.
다시 서정적으로 멜로디가 펼쳐진다. 꿈을 깬 후 몽롱한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멍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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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리창에는 누가 하얀 잎사귀를 그려놓았을까
내가 겨울에 꽃 꿈을 꾼 것을 비웃는 것일까......?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이 꿈을 꾼 남자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완전히 체념하지 못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꿈은, 자기가 무의식중에 바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는가... 남자 역시 이별하고 또 이별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꿈은 소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봄의 꿈은 역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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