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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겨울나그네 10곡. 휴식 Rast음악 이야기 2022. 7. 8. 15:00반응형SMALL
쉬고 싶다.
괴로울 때는 정말, 더욱 간절하게 쉬고 싶다...
휴식,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말만 들어도 몸이 나른해지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겨울나그네>는 앞서 ‘Der Lindenbaum'(보리수) 에서 한 번의 휴식을 언급한 바 있다. 그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열 번째 곡 ’Rast'(휴식) 에서는 도통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노래를 듣는 동안 불안하다. 너무도 긴 휴식에 들어가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만큼 죽음의 이미지가 다가오는 휴식, 이다.
#. Rast- 휴식
https://www.youtube.com/watch?v=fc5BAVqPUx0
<겨울나그네>는 총 스물 네 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독일의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음악을 붙인 연가곡이다. 그중 앞 열 두 편의 시가 먼저 발표가 되었고 슈베르트는 이 열 두 편을 시집에 실린 순서 그대로 곡을 배열했다. 나그네의 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하고 심신이 방황하는 그 모습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앞선 아홉 개의 곡들에서 이별의 슬픔과 체념 그리고 희망 등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열 번째 이 ‘Rast' 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지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꺼져가는 불꽃처럼, 생명이 점점 사위어 가는 듯하다. 가슴이 철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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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쳤어요.. 이제는 누워서 쉬려고 해요..
방랑길을 쉴 수 없었어요.. 반겨주는 이도 아무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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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첫 번째 연의 가사이다. 체념한 듯 뚝 뚝 아래로 떨어지는 반주에 맞춰 처음 내뱉는 말이 바로 위의 가사이다. 멜로디가 매우 부드럽고 물 흐르듯 흘러가지만 쓸쓸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마치 친구에게 나의 힘든 상황을 하소연하는 듯하다.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는 그런 상황이 그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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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폭풍 앞에서도 굳건하게 맞섰지만
이 고요함을 어떻게 견딜지..불 바늘로 찌르는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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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을 보여주는 피아노 반주
이 곡도 2절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 반복이 되면서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는 그 감정이 고조된다. 반주가 매우 도드라지게 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처음 반주자의 손가락이 건반을 누른 그 순간부터 마지막 최후의 건반에서 손을 뗄 때까지 이 노래는 끝난 것이 아니다. 피아노 반주가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패턴으로 반주가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2절 후렴구 후에 진행되는 피아노 표현이 주목할 만하다. 나그네는 이 노래에서 이미 모든 감정을 소진했지만 더 격렬하게 소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소진한 후 모든 에너지가 빠져버려 마치 생명력조차 꺼져버린 듯 마지막 피아노 솔로가 그 느낌을 진하게 그려준다. 점점 사위어가는 나그네의 생명력.
편안함과 우울함 사이.
<겨울나그네> 전 곡이 사람의 마음을 상당히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어쩌면 차분한 상태에서만 귀에 들어올 법한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들을 준비가 된 자에게 모든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나그네와 흡사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마침맞게 이 곡을 들었을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올 것이다.
곡의 색깔이 어둡지만 그만큼 채도가 낮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남자의 목소리와 피아노의 이중창이 심플하지만 마음을 은근히 울린다. 하지만 채도가 너무 낮아 우울감과 쓸쓸함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곡이다. 조금은 이성을 차리고 이 곡을 듣기를 바란다. 감정을 너무 깊이 이입할 경우 왠지 죽음의 이미지를 지울 수 없는 게 그 이유이다.
Rast.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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