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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겨울나그네 8곡. Rückblick 회고.음악 이야기 2022. 7. 6. 15:00반응형SMALL
지금 들어보니 도입부에서 '마왕'이 떠오르는...
과거를 돌이켜 보기란, 썩 내키지 않는다. 굳이 자수성가 회고록을 작성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통 흑역사가 과거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좋았던 일도 많았겠지만 사람의 뇌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을 기억하는 데에 더 민감하게 발달한지라 썩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자꾸 좋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 흑역사를 장식하는 것 중 상당히 괴로운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이별’ 일 터. 세상이 무너질 듯 아팠다가 다시금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가 체념하기까지 그 감정의 폭과 그 흐름과 에너지의 소모란, 누구든 다시 겪고 싶지 않을 경험일 것이다. 지금, 이 애처로운 겨울나그네가 그 흑역사의 한복판에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CC-GzgwaZM
#. Rückblick- 회고
이쯤 되면, 그러니까 앞선 <겨울나그네> 일곱 작품들의 단계를 거친 이즈음 되면, 한 번 쯤 발자취를 돌아볼 때가 되었지 싶다. 그래서 제목이 ‘회고’.
이 나그네에게 전 일을 회상하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뒤로하고 떠나는 그 발걸음이 오죽 무겁겠는가. 그 무거운 발걸음을, 이 남자는 지금 끊임없이 재촉하는 중이다. 너무 고통스러운 과거이므로 최대한 빨리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달음질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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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땅을 밟지만 마치 화상을 입은 듯 발이 불타네요..
저 첨탑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숨도 쉬지 않고 달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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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는 얼음을 녹일 듯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 노래의 첫 부분이다. 쉴 틈 없이, 달린다.
벗어나려 해도 쉬이 잊히지 않는 것들_ 음악에 희망이 섞이다.
그렇게 내달렸던 음악이 중간 부분에 들어서면서 스윽 풀리다. 옛 좋았던 기억들을 더듬어 보는 거다. 이 때 나그네의 머릿속에 또 마음속에 희망의 이미지로 새겨 있는 것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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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와 나이팅게일. 그리고 보리수...
맑은 시냇물과 내 사랑의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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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도 잠시나마 행복해지면서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그네는 다시 달린다. 그 희망의 이미지들을 버리지 않고 품에 안은 채, 달린다. 그렇게 음악이 맺어진다. 회고. 말 그대로 돌이켜 생각만 해 볼 뿐이다.
그림이 그려지듯 눈에 선하게_ 겨울나그네가 이별하는 법.
한 곡 한 곡 어쩜 이렇게 가사와 싱크로율이 잘 맞는지 감탄하게 되는 음악들이다. <겨울나그네> 라는 작품이 왜 명곡인지, 명곡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음악마다 속속들이 배어있다. 이 ‘회고’ 역시 그렇다. 눈밭을 힘겹게 달음질치고 있는 나그네가 그려지지 않는가.
내가 지금 사로잡혀 있는 어떤 생각을 떨쳐내고 싶을 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이 싫을 때, 마치 몸에 성가시게 뭔가 달라붙은 듯 모든 감정들을 밀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달리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상태, 겨울나그네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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