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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고 귀여우면서도 답답했던. 영화 '요시노 이발관'영화 후기 2022. 7. 4. 16:03반응형SMALL
오프닝이 정말 특이했다.
자연 속에 꽃처럼 있는 아이들. 그리고 합창.
보편적으로 변화와 전통, 조화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어쩐지 일본사회의 단상 같아.
현지 사정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뉴스나 영화를 통해 본 일본이 이 영화같아.
변하고 싶어하는 거 같긴 한데, 늘 변하지 않는 걸 선택해.
이거 2004년도 영환데...
전통과 개성 사이, 약간의 변화
문제를 제기하는 소년들의 외침
요시노 이발관(2004)_오기가미 나오코영화는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평화를 강조하듯 첫 장면부터 보이는 산천의 풍경과 평온한 클래식음악이 마을의 분위기를 알립니다. 그리고 소년들의 합창이 이어집니다. 똑같은 차림을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헤어스타일 선택권이 없습니다.
이발사 요시노(모타이 마사코)는 소년들의 머리를 오차 없는 바가지머리로 만들어내고,
소년들은 요시노를 잘 따르며 좋은 관계로 지냅니다.
이 헤어스타일은 마을의 전통이기 때문인데,
이 마을에서는 누구도 전통을 거스르지 않고, 모두가 협조하면서 지켜가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누구도 문제 제기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 도쿄에서 한 소년이 전학을 옵니다. 이름은 사카가미(이시다 호시). 마을 아이들과 다르게 긴 머리에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살려면, 친구들과 친해지려면, 학교에 무사히 다니려면, 사카가미는 바가지머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사카가미는 요시노의 아들 케타(요네다 료) 등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고,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사카가미의 말에,
다른 친구들 모두가 동요하게 됩니다.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사카가미로 인해 마을이 술렁입니다.요시노는 사카가미가 머리를 자르러 오지 않자, 마을 전체에 울리는 방송으로 사카가미를 압박하고,
직접 학교로 가 정문 앞에서 검사를 합니다.
이에 사카가미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자르게 되자, 소년들은 단체로 목소리를 낼 계획을 세웁니다.
그날은 축제날이었습니다. 소년들을 저마다 형형색색 염색을 하고 온 마을 사람들 앞에 나와 시위를 하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큰 울림을 줍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드는 모습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크게 불만 없고, 늘 순응하던 아이들이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그 목소리는 묻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qog9xxZS4
그래도, 그 일로 인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조금씩 더 성장하게 되고, 약간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고, 요시노도 ‘전통은 전설이 되고 시대는 당연히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게 됩니다. 요시노의 남편 역시 케타와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서로 한 뼘씩 더 성장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인 십대 초반 설정으로,
사카가미처럼 자신들과 다른 모습이더라도 함께 어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친구가 됩니다.
자신들의 개성과 멋을 찾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고군분투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의 성장 과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와 조화
영화는 전통과 개성 사이의 그 갈등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현실적인 작은 변화를 택했습니다.
아이들이 개성과 인권에 관한, 헤어스타일의 자유에 관한 시위를 했음에도 이들의 시위는 성공하지 못하고 모두 학교 강당 안에서 요시노에게 머리카락을 잘립니다.
그 이후 시간이 흘러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모두 자라 있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바가지머리만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또렷한 정도의 변화는 아니지만, 헤어스타일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시노 역시 시대는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전통 사수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털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발관 단골 손님의 말을 듣고 자신만의 기합을 넣는 모습에서, 그러한 심리가 드러납니다.
영화 말미에, 이발관 방 한 켠에는 최신 헤어스타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송 중인데, 이 역시 요시노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방송 화면에는 바가지머리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조화를 이루는 것을 중시한 듯 합니다. 소년들의 어울림과 이들의 합창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요시노 이발사와 아이들이 전과 같이 함께 어울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통과 개성 사이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와 선택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디지만 한 발 나아가며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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