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먼저, 인물 충길(김충길)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면서 시작합니다. 도입부 장면이, 충길이 길에서 자기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그 연기를 다 들이마시게 되어 짜증이 나 그 사람에게 정면으로 항의를 하는, 짧지만 강한, 현실적으로 매우 공감이 되는, 일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렇게 충길의 캐릭터를 잠깐 설명하고는, 영화는 충길의 일상 속 상황을 설명합니다. 누군가를 반갑게 만나서, 진짜 옆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 수진(황현주)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입니다. 이때 충길은 약간 상기된 상태이고, 수진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보니, 이 영화는 충길이 수진에게 고백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수진과 ‘사귀기’ 위해서 사전 작업을 하는 모습이 쭈욱 장면으로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참 리얼합니다. 상황 자체도 솔직하고 자연스럽지만, 영화는 실질적인 표현을 통해 보다 더 자연스러움을 꾀했습니다.
인물들의 연기, 화법이 일단 일상적 언어, 템포 그대로입니다. 충길은 서른 살이고, 다른 인물들도 비슷한 나이대로, 이들은 서로 ‘뭐하고 지내’, ‘잘 지내’라는 물음을 주고받는데, 대답은 같습니다. ‘이력서 쓰고 뭐…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서...’
유수의 인물들의 입에서 똑같이 반복되어 나오는 ‘이력서 쓰며 지낸다’는 그 말이, 문자 그대로 참 현실적이고 웃픕니다. 영화는 이를 반복적인 웃음 코드로 삼아,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충길의 고백 여정’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솔직한데 영리하기까지 결이 흐트러지지 않는 내용, 표현
충길의 캐릭터와 상황, 표현을 통해 영화의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수진을 좋아하는 충길은, 얼핏 보기에는 그저 착하고 수더분하기만 할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치밀하고 목표 지향적입니다. 지인이나 카페 주인에게 부탁해 ‘상황극’을 연출하는 등 각본을 짜고 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는 장면들이 다수 나타나는데, 이 포인트가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그리고 충길은, 모든 말과 행동에 진심입니다. 수진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힘들 뿐, 그 외의 모든 대사와 표정, 행동들이 리얼합니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바라고 또 아쉬워하고 화가 나는 그런 감정들이 충길을 통해서 표현될 때, 그 사소하고도 리얼한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또한 그 진심에서 코미디가 만들어집니다. 그러한 부분들을 캐치해서 대사와 장면으로 나타낸 점이 돋보입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힘 준 부분 하나 없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연기도 그렇습니다. 대본에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게, 대화가 물 흐르듯 하면서도 정말 현실 어딘가의 누군가들이 대화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연기, 이러한 분위기가 모든 장면들과 딱 떨어져, 어색한 구석 없이 톤이 일관됩니다. 일단 짜인 상황들이 모두 솔직하고, 영리합니다.
수진이 자기 맘과 같을 수 없을 뿐이지, 충길은 자신의 감정과 말과 행동에 최선을 다합니다. 급기야 자신을 비하하는 것조차도, 최선을 다한 것의 산물이자 최선 그 자체로 보여, 그 인물에도 정감이 갑니다. ‘네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된 솔직하고 발랄한 영화로, 제작, 연출, 연기를 모두 맡은 김충길에 시선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