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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의 무당 소년. 영화 ‘바람의 도시’
    영화 후기 2024. 12.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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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자연 속 도시 속 사람
    전통과 현대의 교집합인 인물을 비추며

    바람의 도시(2023)_카비주램 퓨레브-오기어



    몽골을 배경으로 하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을 조명하는 영화입니다. 그 인물은 십 대 청소년 제(테르겔 볼드-에르덴)입니다. 영화는 제의 여러 모습을 도입부로 짧게 담으며 여러 번의 반전을 주면서 시작합니다.



    상당히 이색적인 모습 그러나 익숙한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독특한 차림새의, 무당으로 보이는 인물과 그의 상황. 조심스럽게 빙의가 되는 듯이 꾸며지는 그 상황 속에서, 동양적 샤머니즘의 익숙함과 몽골 무속 행위의 낯섦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무속 행위가 끝나고 무당은 가면을 벗는데, 상상한 것보다 훨씬 앳된 소년의 얼굴이 보여 거기에서 반전이 한 번, 뒤이어 그 전통적 모습과 대비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비치면서 다시 한 번 반전이 생겨납니다. 마치 카드를 뒤집고 또 뒤집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듯한 초반부 연출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제’에 집중합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무속 일상, 경직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교사가 있는, 이성에 관심 갖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의 모범생 일상, 서로 호감을 가지고 만남을 이어 가며 일탈을 같이하는 ‘사랑’ 일상까지. 영화는 몽골에 사는, 평범하지는 않은 한 청소년의 평범한 모습을 비추며 여러 상황적, 감정적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것의 경계 위에서, 삶
    혼란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이

    제는 무속인과 학생이라는 지위의 경계에 서 있고,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의 경계에 서 있고, 이제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진로의 경계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시시때때로 본능적인 선택과 그렇지 않은 선택 사이에 서 있는데, 마음속으로는 갈등이 크고 또 불안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 속에서도 제는 차분하고 현명하게 자신이 갈 길을 가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에서 희망이 보입니다. 제의 상황을 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또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더라도, 무언가 앞으로 나아가거나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는 그런 답보 상태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놓인 일상을 차분히 살아가고 늘 그러했듯 ‘조상님’을 찾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에서, 전통과 현대 그 사이에 놓인 몽골 청년의 생명력이 또렷이 나타납니다.

    한편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들어차 있는 집들의 정경으로 몽골의 현재가 설명되고, 제를 비롯한 학생들이 교사에 대응하며 자신들의 인권을 스스로 존중하는 모습에서 또한 변화가 설명됩니다.



    또한 영화는 무속 행위를 통한 전통적인 모습, 클럽에서 춤을 추거나 SNS, 게임을 하는 등의 모습을 모두 담으면서, 내용상으로나 시각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클럽 조명을 활용해 제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는 등의 연출력도 적당하게 가미되어 있습니다.

    https://youtu.be/BBFuydjhbN8?si=F11WrvL58s0Fj1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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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