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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문제지만 풀어보자. 영화 ‘더스퀘어’
    영화 후기 2024. 9. 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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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렬한 풍자, 빈틈없는 표현
    함의를 그득 담아, 강렬하게

    더 스퀘어(2018)_루벤 외스틀룬드



    영화는 한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을 좇습니다. 그가 자신의 일 즉, 예술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지 등, 매우 어렵고 심도 있는, 전문 예술 잡지에서 볼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을 비추다가는, 영화는 이내 그것의 ‘격’을 허물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합니다.

    특히 크리스티안을 중심에 두고, 그 인물의 (그 자신도 모르는) 지식인 또는 공인으로서 스스로 세운 격 또는 벽 또는 껍데기를, 지속적으로 펀치하며 깨트리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에 영화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들을 창의적으로 꾸며, 크리스티안을 그 안에 두고, 그를 비롯한 주변 모든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영화는, 크리스티안이 기획하는 전시회 ‘더 스퀘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배려와 상식의 성역’이 무엇인지 즉, 이를 사회로 확장했을 때 뭇사람들의 암묵적인 동의로 인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규범 같은 어떤 ‘선’들이 무엇인지를, 관객 또는 영화 속 인물이 알아채기도 전에 상황 또는 그저 장면으로 찍어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영화를 온전히 해석하기가 다소간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크리스티안의 상황들을 통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이 이 캐릭터를, 인간 군상을, 이 사회를, 풍자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짜 놓은 스토리라는 걸 알고 보면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영화가 담은 사회가 우리 사회와 사람과 아주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되면 또한 감독의 통찰력에 큰 박수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가차없이 허물어지는 것들
    기어코 밖으로 나오는 감정, 본성들

    영화는 초반부,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내보이면서 영화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바로, 매우 공들여 거창한 의미를 담아 만들었을, 미술관 앞 커다란 동상을, 기계 따위로 아무런 감정 없이 들어내 부숴버리는 장면입니다. 그 짧은 한 장면에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데, 그것을 통해 말없이 한 큐에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까지 담아 냈습니다.

    크리스티안이 일상을 사는 방식처럼, 언제나 품위 있는 사람으로 살면 좋으련만, 늘 잘 다듬어진 도포를 두르고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면 좋으련만, 어느 정도 자신이 의도하는 ‘거리두기’로 자신을 지켜 내면 좋으련만, 사는 게 그렇지가 않다는 걸, 영화는 크리스티안을 통해서, 인간에게서 부지불식간 본성이 튀어나오는 ‘그때’들을 보여 줍니다.

    복합적이고 복잡한 의미들을, 영화는 때때로 ‘더 스퀘어’ 즉, 다만 ‘사각형’ 프레임 안에 크리스티안을 담으면서, ‘껍데기’ 안에 있는 인물을 보여 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 ‘가식의 껍데기 벗어버려’라는 어느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생겨버린,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든 사회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든 생겨버린 가식 또는 얇고 투명한 가면들이, 감독의 화법으로 매우 직설적이고 강렬하게, 그러면서도 간접적으로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미장센’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장면들을 해석하며 감상한다면, 송곳으로 푹푹 찌르는 듯한 풍자’력’을 느낄 수 있겠고, 그것을 통해 꽤나 따가움을 체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실은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사회를 살고 싶어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그건 복잡한 사회에서 복잡하게 살고 있는 와중에 인간의 본성 또는 본능으로 인해서 시시때때로 가려지는 ‘배려와 신뢰의 성역’ 즉, 사람을 ‘믿는’ 것에 대한 내면 깊은 곳의 갈등을 끄집어내는 감독의 의도와 표현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tv.kakao.com/v/38799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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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