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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의 관계(?)? 공감하긴 어렵지만. 영화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영화 후기 2024. 10. 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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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받은 이들, 그 상처의 이유란
    다양함을 꾀했으나 특정 감정, 배우에 조명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2024)_마에다 테츠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들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작해, 그것을 중요한 흥미 요소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 냅니다. 펼쳐 낸다기보다도, 집중적으로, 그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스토리로 삼습니다.

    주요 인물은 사카키(히로세 스즈), 나오타츠(오니시 리쿠)입니다. 사카키가 모든 이야기, 모든 관계의 중심에 있고, 심지어 연출적으로도 중심에 있습니다. 말인즉슨, 캐릭터로서가 아닌 배우 히로세 스즈를 조명하는 데 힘을 들였다는 뜻입니다. 이에 히로세 스즈를 보고자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성공입니다.



    영화는 사카키와 나오타츠의 만남 장면을 가장 먼저 보여 준 이후, 다양함, 다채로움을 꾀하는 인물, 장면으로 일단 시선을 모읍니다. 나오타츠는 자신의 삼촌 집에 가는 건데, 알고 보니 삼촌은 사카키는 물론 그 외 다른 메이트들과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 셰어하우스라는 설정 덕분에 영화에 다양한 인물들이 한데 모아졌습니다. 여기에 새끼 길고양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집, 사카키의 특징인 ‘요리’ 덕분에 장면들이 다양해졌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나 싶었지만, 영화는 그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택해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사카키와 나오타츠의 감정들 특히 사카키의 감정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것입니다. 이때 둘의 관계는, 어느 불륜남녀커플 각자의 자식들. 사카키는 불륜녀의 딸, 나오타츠는 불륜남의 아들인 것으로, 이들의 엄마 아빠가 한때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입니다.



    이에 사카키는 엄마가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그때의 상처 그대로 안은 채로 살고 있는 건데, 나오타츠를 찾아온 나오타츠의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그 감정과 사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그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들 ‘상처받은 아이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흔치 않은 관계 설정, 낯섦
    집요하게 감정에 집중하는 이야기

    살면서 받은 ‘상처’가 있는 인물의 감정을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널리 공감을 살 법하지만 이상하게도 공감이 된다거나 크게 와닿지는 않는데, 아마도 관계 설정 자체가 너무 생경해서 거기에서 오는 강렬함에, 영화가 사카키의 감정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머지 인물들의 이야기나 감정들의 디테일은 무심하게 처리해서인 듯합니다.



    영화가 사카키를 필두로 굉장히 깊이가 있고 감정적인 반면, 사카키에게 말 그대로 ‘돌’을 던진 이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고 있는 걸, 또 그걸 유머러스하게까지 표현하는 걸 보면서 (나오타츠의 아버지를 통해), 영화의 독창적 설정과 스토리, 연출 등과는 별개로 영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일본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상처’에 집중하면서 그로 인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 섬세함을 넘어서 너무 예민해 과한 깊이를 가지게 되는 그 감정들, 그건 영화 속 인물들이 외부로부터 명백한 ‘피해’를 받았기 때문인데, 이때 ‘가해’를 한 이들이 뚜렷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피해자 스스로 생각하고 곱씹는 것에 집중하므로, 그로 인해 감정의 깊이를 표현할 수는 있을지언정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피해자의 ‘해방’ 또한 피해자들 스스로가 만들어 가기 때문에도 더 그렇습니다. 외부로부터의 문제를 인물 스스로 내면의 싸움과 극복을 통해, 또는 같은 피해자를 묶어 그들끼리 해소하게 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카키와 나오타츠가 그렇게, 같은 피해자로 묶이면서, 그들 서로가 위로하고 감정을 나누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가 초반부 꾀했던 것처럼 다채로움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사카키에 선택과 집중을 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과잉 감정과 과잉 생각보다는 좀더 보편적이고 다양한 내용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미면서 널리 공감을 사는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s://tv.kakao.com/v/448037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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