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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뭔가, 표류하던 시기,, 아시죠. 영화 ‘창밖은 겨울’
    영화 후기 2024. 8.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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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나의 이력을 버리는 과정
    한때를 보내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

    창밖은 겨울(2022)_이상진



    영화는 경남 창원의 청년 버스 기사를 비춥니다. 무심한 건지 무료한 건지, 지친 건지 답답한 건지, 생각이 많은 건지 없는 건지, 표정 없는 얼굴에 힘도 없어 보이는 청년 기사 공석우(곽민규)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해지는 와중에, 창원 지역의 풍경이 비칩니다.



    영화는 차분하게 석우를 비추고, 석우의 일상을 비춥니다. 무표정의 석우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그의 사연을 알게 됩니다. 버스 운전을 한 지 6개월이 되었고, 그 전에는 영화 감독이었으며,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것을. 한 마디로 석우는 자신이 깊게 몸담았던 분야를 떠나, 새로운 현실에 발을 디디고, 붙이려는 시점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시점, 그러한 과정에서 석우는 어느 날 터미널에 버려진 MP3 플레이어를 줍게 되고, 그것을 분실물로 맡기면서 같은 버스 회사 직원 양영애(한선화)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그 MP3을 매개로 석우와 영애의 사이를 좁히는 동시에, MP3를 ‘잃은 물건’이지만 ‘버린 물건’이라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잃은 물건이지만 버린 물건이라는 의미는, 그 MP3가 사실은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것인데 그것이 능동적으로 버려졌다기보다는 주인이 ‘잃어버린 척’하면서 버린 것으로, 주인 스스로 퉁친다는 의미입니다. 뜻이 애매하고 모호한데, 잠시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영화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석우의 일상을 보여 주면서 그의 사연과 감정에 대해서 관객 스스로 알아 가게끔 합니다. 그런 석우와 석우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받쳐 주는 인물이 영애입니다. 석우도 그렇고 이 영화 자체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감상에 빠져 있는 면이 있는데, 영애는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 좀더 표현을 하는 캐릭터이고, 그 표현 또한 과하지 않으면서 시크해서, 영화가 감상에만 빠지지 않고 쿨해진 면이 있습니다.

    과거의 한 챕터를 건강하게 덮는 청춘들
    지역의 정경으로 정겨워진 영화



    영화는 ‘MP3'라는 매개를 이용해서 인물과 인물의 연결,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탁구’를 통해서 소통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통해서, 지역의 정경을 충분히 담으면서 보다 일상적이고 서민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창원 지역 중에서도 현대적인 모습은 제외하고 정겨운 공간들, 그런 위치들을 선택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맞추었습니다.

    삶의 목표가 어그러지고, 원치 않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 또한 자신의 삶이라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 영화는 젊은 청춘의 그런 시절, 그런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워낙 덤덤하고 영화 또한 매우 차분하고 일상적이어서, 그러한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이나 감상들이 쉽게 캐치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점차적으로 영화가 풀어내는 차분한 화법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들의 고민과 생각과 삶의 변환 지점에 공감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보면서, 또 그런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생각하기 좋은 부담 없는 영화입니다.

    https://tv.kakao.com/v/43300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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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