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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것이 되었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영화 후기 2024. 4. 3. 09:23반응형SMALL
작품이 되어 자유를 찾은 사람
시스템의 역설과 그 딜레마
피부를 판 남자(2020)_카우타르 벤 하니야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졸지에 난민이 된 시리아인 샘 알리(야흐야 마하이니)가 저명한 예술가 제프리 고드프루아(코엔 드 보우)와 ‘피부를 판다’는 계약을 한 후 ‘작품’이 되어 전시되는 이야기다.
자유, 인권을 이야기하다샘은 등에 ‘비자’를 새기고, 실제 비자를 받는다. 그 방법 외에는 살아갈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샘. 그는 계약에 명시된 대로, 살아있는 전시품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유를 되찾는다.
‘자유’를 운운했다는 이유로 시리아 당국에 수감되었던 샘의 삶이 아이러니하게도, 예술품 즉 하나의 물건이 되어 사람으로써의 기본적인 자유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또다른 모습의 인권 억압이 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한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이처럼 시리아인으로써 받는 억압과 자유 사이, 자유를 위해 물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 시스템이 옥죄는 한 사람이 해방을 얻기 위해서 시스템을 이용하는 역설 등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예술가 빔 델보예가 팀의 등에 타투 작업을 한 후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전시하고, 팀 사후에는 그의 등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실화다.
영화는 이 실화에 ‘시리아 난민’ 지위를 덧대어 더욱 입체적인 딜레마를 만들어냈다. 시리아 난민이 된 남자, 그리고 물건이 된 남자. 이 두 가지가 ‘자유’라는 이름의 뫼비우스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몰입을 돕는 연출
첫 장면부터 매우 의미심장하게 시작된다.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의 복선이 되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샘 알리가 난민이 된 이유에서 출발해 그가 예술품이 되고, 그 이후 시스템을 뒤집어 해방이 되기까지, 장면마다 담긴 연출의 감각을 감상할 수 있다.
인물들이 있는 공간을 이용해서, 구도와 선, 빛 등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장면들, 거울이나 유리, 카메라 등 무언가 비치는 특성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연출의 특색을 보여준다.
마침내 샘은 자유를 되찾는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에게는 자유였다.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샘이 지나온 과정상의 인권 착취와 시스템 전복의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다.'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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