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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엔 세심함이 필요해. 영화 '리슨'
    영화 후기 2024. 4.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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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이민자 가족을 갈라놓은 사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어린 아이의 아픔

    리슨(2020)_아나 로샤

     



    영화 ‘리슨’은 포르투갈 출신의 한 가족이 영국으로 이민을 와 살아가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와중에, 그 가정환경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세 아이가 부모와 강제로 헤어지게 되는 사건을 담고 있다. 그 중 둘째 아이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아이가 처하는 또다른 현실을 함께 담았다. 

     

    아이들의 어머니 벨라 역에 루시아 모니스, 아버지 조타 역에 루벤 가르시아, 그리고 둘째 딸 루 역에 메이지 슬라이 등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히 메이지 슬라이는 실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역배우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루가 소통하고 표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핵심을 보지 못하는 시스템을 꼬집다


    영화는 사회복지국의 정당한 매뉴얼적 행위를 보여주면서도, 다소 가혹하고 무능하게 그리고 있다. 복지국은 생계가 힘들지만 단지 그뿐인 한 문제없는 가족을, 그들의 결정에 의해서 뿔뿔이 흩어 놓는다. 부모에게서 세 자녀들을 데려온 복지국은 그들이 모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될 때까지 보호하며, 부모에게는 한 시간의 면회만을 허락한다. 하지만 벨라 가족은 면회 도중, 벨라가 루와 영어가 아닌 ‘수화’로 소통을 했다는 이유로 면회 시간을 박탈당한다. 

     

     


    그보다 먼저, 영화는 벨라가 복지국의 방문을 피하고, 루의 고장 난 보청기를 사지 못하는 상황을 그리면서, 가난한 이민자 가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곳이 복지국이지만 벨라 가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급기야 첫째 아들과 아직 젖을 떼지도 못한 셋째는 다른 가정으로 강제입양되지만 둘째 루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입양이 힘들어, 부모가 다시 루를 데려오는 재판을 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영화는 가족 전체가 마주한 역경에 청각장애아동의 현실을 더하면서, 배려가 부족한 복지국의 매뉴얼을 꼬집는다. 

     

     

    문제없는 가정의 문제없는 소통

    복지국은 벨라의 자녀들을 더 좋은 가정으로 보낸다고 하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는 데려가지 않는 이들이 바로 복지국이 말하는 ‘좋은’ 가정들이라는 벨라의 말이, 누군가의 잣대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또한 사람 돕는 곳이 복지국이잖아,라는 대사를 통해, 도움커녕 억울한 상황만 얻게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벨라 가족에게 문제는 없다. 그리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과 수화로 소통하는 것 또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없는 것들이 문제인 양 치부되는 상황을, 한 가난한 이민자 가족의 이별과 청각장애 아이의 소통으로 그리면서 깊은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영화 ‘리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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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