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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버스 여행. 영화 '라스트 버스'영화 후기 2024. 3. 5. 09:53반응형SMALL
영국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소중했던 삶을 안고 마지막 여행
라스트 버스(2023)_질리스 맥키넌
영화는 톰(티모시 스폴)의 여정을 쭉 함께합니다. 아내와 함께였던 젊은 시절을 지나 생의 막바지에 이른 톰. 영화는 그의 현재를 기준으로 하되 과거의 장면들을 중간중간 짧게 삽입하면서 그가 지나온 삶을 나타냅니다.
아주 소소하고 소박한, 단지 사랑을 했던 삶입니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톰의 과거와 현재 즉 아내와 함께였던 때와 아닌 때를 보여 주면서 그 빈자리를 느끼게 합니다.톰은 아내의 빈자리를 찾아가려는 듯이 여행을 떠납니다. 가족의 흔적을 찾아서, 마치 현재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가는 듯이, 영국 최북단에서 남단으로, 스코틀랜드의 집에서부터 잉글랜드의 남서쪽 바다 부근으로, 버스를 타고 갑니다.
고령의 나이에 거동도 아주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데, 그런 톰이 기어코 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면서 아래로 아래로 향합니다. 가방 하나를 소중하게 손에 들고는 수첩에 정리한 경로를 따라서 계획한 길을 갑니다.
가는 동안 떠오르는 기억, 그가 들르는 곳곳이 모두 아내와 함께했던 때, 장소입니다. 영화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떤 사건을 크게 발생시키기보다는 소소하게 사람들을 마주치는 모습을 담으며, ‘노란’ 옷 입은 생기 있는 아내의 이미지로 장면을 아련하고도 화사하게 만듭니다.
모르는 곳, 모르는 사람, 평온한 자연
인물의 기억과 감정을 표면화하다
톰은 자신이 목표로 한 지점을 향합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목적지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톰 역시 다른 사람들을 은근하지만 확실하게 돕는 모습인데, 영화는 톰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의 연륜과 인간미가 느껴지도록 인물과 장면들 표현했습니다.톰의 액션이나 대사는, 크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드러내고자 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상황 속에서 드러납니다. 톰이 생각하는 바나 느끼는 바가, 그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런 현재, 그가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과 그의 과거가 오버랩되면서, 그가 생각하는 과거 그리고 그의 사랑의 마음을 알게 합니다.
그저 버스를 타고 소박한 여행을 하는 것뿐인데 그 안에 한 인물의 인생이 있고 그 인물 자체가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이 이야기가 좀더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주변의 여러 모르는 사람들을 등장시켰습니다.
청년도 있고 아이도 있고, 가족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당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톰을 보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인지 톰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의 이야기가 점점 쌓이면서, 하지만 ‘모르는 사람’ 사이의 연속인 만큼 부담스럽지 않게, 영화는 마지막 톰의 여정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사진출처:다음영화)https://tv.kakao.com/v/43517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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