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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에서.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영화 후기 2024. 3. 11. 10:10반응형SMALL
한여름 시골의 소리를 그대로 담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죽음을 담다
강변의 무코리타(2023)_오기가미 나오코
영화는 자연이 돋보이는 마을, 특히 여름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남자, 야마다(마츠야마 켄이치)의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홀로 시골에 들어와 오징어 손질하는 일을 하면서 ‘무코리타’라는 이름의 주택에 살게 된 야마다.영화는 천천히 그의 일상 이야기를 펼칩니다. 딱히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의 흘러가는 시간을 담았습니다. 그러다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야마다의 경계를 허뭅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듯 최소한으로 단순하게 일하며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잠을 자는 생활을 하던 중, 그의 일상을 침범하는 이는 바로 옆집 시마다(무로 츠요시)입니다. 그는 텃밭을 가꾸면서 지내는데, 더운 날씨에 욕실이 고장났다며 야마다의 집을 방문해 대뜸 욕실을 쓰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마다는 야마다의 경계를 부지불식간 허물면서 같이 밥을 먹는 사이로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이들과는 살짝 다른 결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 인물이 있습니다. 역시 무코리타 주택에서 아들과 살고 있는 미조구치(요시오카 히데타카)입니다. 그는 묘비를 파는 방문판매원으로, 묘한 질문을 던지면서 집집마다 영업을 합니다. 사람들이 반기지 않는 모습인데, 영화는 그를 통해서 슬며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가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그의 장면들이 조금 의아하지게 다가오지만 이는 이 영화가 결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죽음을, 그리고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무엇보다 돋보이는 여름 날씨
죽음에 대해, 소소한 행복에 대해
영화는 한여름의 시골을 그대로 옮겨 담았습니다. 오디오 덕분에 현장감이 더욱 삽니다. 매미 소리, 온갖 풀벌레 소리들이 가득해, 마치 그 시골, 야마다의 공간에 같이 놓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뜨겁고 후끈한 기운이 화면 너머로 전해집니다.
끝나지 않을 듯한 더위처럼 정체감이 느껴지는 야마다의 일상인데, 그 속에 각 인물들의 죽음에 관한 사연이 엮이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집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영화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명제를 가지고, 그 안에서 소소하게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야마다의 여름날을 지켜보면서 그 잔잔한 흐름을 따라가는 가운데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는 죽음을 대하는 감정과 그 자세를 상당히 독특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죽음을 정면으로, 적나라하게 다루면서도 아주 내밀하고 독창적으로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사진출처:다음영화)https://tv.kakao.com/v/44001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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