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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영화 후기 2024. 1. 14. 11:23반응형SMALL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이의 일상, 감정
자발적 고독을 선택한 현대 사회인의 이야기
혼자 사는 사람들(2021)_홍성은
진아(공승연)는 콜센터 직원입니다. 영혼이 전혀 없는 모습으로 일을 하는데, 그 성과만큼은 최고입니다. 어떻든 진아는 매우 무미건조한 모습이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저 매뉴얼대로 맡은 일을 하고, 혼자 점심을 먹고, 나머지 시간은 휴대폰이나 티비와 시간을 보냅니다.
혼자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소품은 이어폰입니다. 이동할 때면 늘 이어폰을 끼고 있고, 점심시간이면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식당에 가서, 바 형식의 테이블에 혼자 앉아 밥을 먹을 때조차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입니다.
혼자가 편하다고 하는 진아.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픈 탓도 있겠지만, 이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일 뿐 이미 진아는 혼자인 생활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영화는 진아의 상태만큼이나 고요하고 무겁게 진행됩니다. 부러 분위기를 누르는 건 아니지만, 진아의 일상이 그렇습니다. 그러던 중 옆집 남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 신입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러한 아주 약간의 변화가 진아의 삶과 감정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너무나 평범한, 그들의 일상
‘혼자’라는 방어벽과 적당한 거리감 사이
진아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하나의 예입니다. 매일 똑같이, 감정 따위는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같은 일을 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자신이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며 모든 것과 거리감을 둡니다.
영화는 진아 외에도 혼자인 사람들을 비춥니다.
옆집 남자는 히키코모리에 고독사를 한 예가 됩니다. 죽은 옆집 남자는 귀신이 되었는지 진아 앞에 나타나, 내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말’을 한 마디 건네지만 진아는 그냥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 남자의 죽음은 혼자 살아가던 한 사람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진아의 아버지도 혼자입니다. 진아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집에 달아 둔 카메라로 아버지를 수시로 확인합니다. 자신과 달리 아버지가 집으로 계속 사람들을 부르는 모습에 화가 나지만, 혼자인 아버지는 혼자인 딸을 자꾸만 찾고, 진아 역시 혼자인 아버지를 카메라로 확인하는 것에서 그 마음이 엿보입니다.
한편 진아가 교육을 맡은 신입이, 혼자이고 싶은 진아를 의도치 않게 계속 방해하는데, 결국 그 방해가 진아 스스로 만들어 놓은 단단한 방어벽을 깨트립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만들어내지 않고,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깨닫는 것을 거부하면서 살아가는 와중에 감정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표현법 역시 담담합니다. 말 없이, 약간의 행동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면이 이 영화의 기조이자 깊은 스토리가 됩니다. 그렇게 진아는 거리감을 다시 설정합니다. 이전에는 자기자신 외에 대부분을 차단하는 것으로 거리감을 설정했다면, 이제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진아는 혼자가 편하다고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무언가 혹은 누군가로 인해 아프게 되는 바람에 혼자가 된 것이었습니다. 아픈 줄도 몰랐던 자신의 감정이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면서 치유되는 모습이, 너무나 담담하게 그러나 깊이 있고 세밀하게,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을 비추며, 그들이 ‘혼자’인 것을 절대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인들에게 조심스레 위로를 건네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입니다.https://tv.kakao.com/v/418774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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