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 속 맑음. 영화 '스크래퍼'개봉 전 영화 후기 2023. 9. 21. 14:05반응형SMALL
그 지방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니면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한 건지 몰라도
흐린 가운데, 슬픔과 우울 가운데
맑음과 밝음이 반짝이는 영화입니다.
열두 살 아이가 주인공.
혼자 남은 열두 살 소녀의 일상
아이의 생각과 감정, 외부의 시선 등 표현
스크래퍼(2023)_샬롯 리건
영화 ‘스크래퍼’는 엄마를 여읜 열두 살 조지(롤라 캠벨)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엄마와 살던 그 집에서, 엄마와 함께할 때의 집안 상태를 똑같이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조지의 슬픔을 전면에 비추진 않는다. 그 슬픔을 기저에 두고서는 하루하루 힘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겉으로 보기에 조지는 매우 씩씩하고 거침 없는 한 아이일 뿐이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전거를 훔쳐서 팔고, 혼자 살기 위해 복지국을 속이긴 하지만.
그런 조지 옆에 친한 친구 알리(알린 우준)가 있다. 영화는 조지와 알리가 어울리는 모습을 천진하게, 그들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제이슨(해리스 디킨슨)이 등장한다.
제이슨은 조지의 아빠다. 조지는 제이슨이 아빠라는 걸 믿지 못하기 때문에 제이슨을 밀어내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일상적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마치 또래 친구처럼 재미나게 놀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또 조지 엄마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두 사람은 가족이 된다.
이러한 내용과 함께, 영화는 몇몇 새로운 연출을 시도했다. 조지의 상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노는 것을 장면으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조지를 아는 주변 인물들의 짧은 코멘트 장면들을 넣어 조지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넣기도 했다.
한편 ‘놀이’ 장면이 인상적으로 담겨 있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이 그저 노는 장면을 적지 않게 담았다. 역할극을 하는 등 서로 소통을 하면서 같이 노는 것이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수중에 아무것도 없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유대감만 가지고 재미있게 소통하는 것이기에, 두 인물의 정서적인 교류가 그러한 장면에서 나타나게 된다.
흐리고 공허한 가운데, 밝음
잔잔하게 흘러가는 조지 이야기
조지가 있는 공간은 색채감도 그렇고, 꽤 아기자기하다. 조지가 놓인 장면들의 하늘 등 배경은 거의 항상 흐리게 보이는데, 그 흐린 색감이 상쇄될 만한 색채감으로 조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조지의 슬픈 감정과 해맑은 감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듯 보인다.
영화는 조지가 생활하는 모습들을 따라다닌다. 대견하면서도 영악한 열두 살 조지의 모습을 보다 보면 한 아이가 가진 다채로운 감정과 감성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그러한 것들을 템포감 없이 잔잔하게 펼쳐낸다. 이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조지의 반짝거림이 담겨 있어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아이의 마음에 연동하게 된다.(템포감을 조금만 주었어도 새롭게 시도한 연출들이 더 잘 살았을 듯하다)
재기 발랄하고 씩씩한 조지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조지가 또래와 노는 모습, 또래가 아닌 제이슨과 노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이를 담아낸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쌓이고 쌓여서 끝내 마음으로 다가오게 하는 영화다. 영화 ‘스크래퍼’는 9월 27일 개봉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Yv1eYbB0i0
(끝)
'개봉 전 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정화다. 영화 '화사한 그녀' (76) 2023.10.06 보기 좋은 사랑 영화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88) 2023.09.27 진짜로 웃고옴ㅋ, 영화 '30일' (82) 2023.09.19 차분한 감성, 미래. 영화 '마인드 유니버스' (64) 2023.09.18 존 카니 음악영화4) 플로라 앤 썬 (64)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