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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겨울 생각. 쇼팽 에튀드 '겨울바람'음악 이야기 2022. 7. 29. 14:00반응형SMALL
난 이열치열보다
이열치한, 이한치열.
온도에 반항할 생각은 없다.
더우면 시원한 게 좋고
추우면 따뜻한 게 좋지.
더우니까,
겨울바람>.<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더운데 굳이 뜨거운 걸 찾을 필요가 뭘까 싶다. 본능적으로 차가운 걸 찾을 수밖에 없는 몸. 음악도 그렇다. 자극적인 음악을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자동적으로 떠오른 음악, 지금 필요한 음악, 바로 쇼팽의 에튀드 중 <겨울바람>이다.
Chopin Etude Op.25 No.11 In A Minor
쇼팽. 에튀드 11번 가단조 작품번호 25 <겨울바람>
https://www.youtube.com/watch?v=vgxNfq2vaVw
찬물을 확 끼얹을 때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정신이 바짝 들면서 더위 따위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샤워를 할 때든 물놀이를 할 때든. 그 느낌이 이 음악에 녹아 있다. 어쩔 수 없이 녹아 있을 수밖에.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이 칼같이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그린 음악이기 때문이다.
신의 한 수_시작 부분의 Lento 처음 네 마디
이 음악은 시작 부분 네 마디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마 앞 네 마디가 없었다면 그냥 통속적인 겨울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통속적인, 이라는 게, 춥기 때문에 추운, 사전적인 겨울의 바람을 표현한 음악이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보통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찬바람을 맞거나 예상치 못하게 추위를 맞닥뜨릴 때 더 춥게 느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처음 부분은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두 가지로 나뉜다. 언급했듯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기 위해 느리고 단조롭게 서주를 깔아놓은 느낌이기고 하고 한편으로는 거센 비바람이 몰려오기 직전 폭풍전야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엄청나게 매서운 바람이 몰려올 걸 알려주는 예고편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본 연주에 긴장감과 집중력을 몰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분이 작곡 당시에는 없었던 부분인데 악보를 출판하기 직전 친구의 권유로 앞부분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피아노 두 대의 스케일_고도프스키의 <겨울바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고도프스키가 이 작품을 편곡한 바 있다. 안 그래도 쇼팽의 에튀드 작품들은 대부분 테크닉과 파워를 필요로 한다. 연주하는 것을 듣기만 해도 대체 열 손가락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겠고 곡을 연주하기에 열 손가락이 모자를 것 같을 때가 있는데 고도프스키가 편곡한 이 곡도 그렇다. 아니 한 단계 더 넘어서서 마치 피아노가 두 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빈틈없이 화려하고 힘이 넘친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힘과 스킬이 담긴 <겨울바람>에 정신이 쏙 빠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Z6AQF1nu-gg
정말이지 어떨 땐 단 한 곡의 짧은 음악만으로 모든 감성이 채워질 때가 있다. 감성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경직된 몸의 근육이 풀어진다든지 열이 올라 더웠던 몸이 시원해진다든지 하는 느낌이다. 단지 귀로 들려오는, 크고 작고 높고 낮은 소리일 뿐인데 그런 ‘음악‘ 이라는 게 주는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에어콘 광고를 보면 간혹 펭귄이 등장하거나 얼음판 그리고 눈밭과 쌩 하는 바람이 등장한다. 더운 날엔 역시 겨울날을 상상하는 게 덜 더워지는 방법 중 하나다.
쇼팽의 <겨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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