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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과의 추억이 있으신지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음악 이야기 2022. 7. 26. 14:00반응형SMALL
음악은 추억이고 향수예요.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죠.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통해 나의 추억을 즐기는 것도
참 좋아요.
참 좋다, 생각하기도 전에
음악은 벌써 그때의 나로
나를 호다닥 데려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해보자구요.
너무 아름다워서 아껴두고 싶은 곡.
어렸을 적에 아빠 생신 때 마다 꼭 선물을 사드렸었다. 선물은 늘 양말이나 손수건 둘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이 받는 용돈으로 무난하게 살 수 있었던 품목이었나 보다. 그런데 아빠 서랍에 개킨 빨래를 넣을 때마다 선물포장지만 뜯긴 채 새 것 그대로 생일이 지난 지 몇 달이 되도록 양말 또는 손수건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어린 마음에 내가 산 게 마음에 안 드나, 필요가 없나,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왈, 아까워서 그러시는 거야.
그렇게 살면서 가끔은 소중한 것들이 생기는 가보다. 필자는 물욕이 없는 편이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물건을 구입하지도 않고 뭔가를 잃어버려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하며 금새 잊어버린다. 물건 뿐 아니라 추억도 그렇다. 잊는다.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픈 것들은 특히 빨리 잊어버리고 기쁜 기억들도 그 당시 그 순간뿐임을 알기에 쉽게 잊는다. 다만, 감정은 남긴다. 그 감정들을 가끔 이렇게 음악을 통해 건져 올린다.
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Op.35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라장조.
https://www.youtube.com/watch?v=QCKL95HAdQ8
이 음악은 필자에게 행복한 감정의 한 조각을 담당하고 있다. 굳이 개인의 경험이 없더라도 들어보면 누구에게나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곡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차이콥스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I. Allegro Moderato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은 환희의 후렴구.
현의 유니즌으로 조용하게 시작된다. 금세 어느 정도 고조되면서 바이올린 독주가 나온다. 이때 바이올린은 매우 부드럽지만 힘 있게 멜로디를 연주한다. 중간 중간 1악장의 절정 후렴구의 멜로디를 언급하면서 연주 전체를 이끌어나간다. 바이올린 선율이 매우 아름답다. 고음과 저음을 적절하게 넘나들면서 기교를 보여주는데 그 기교가 과하지 않고 절정으로 넘어간다. 화려하게 연주를 이끌면서 산에 오르듯 상승조로 고조되다가 정상에 오르듯 환호를 터뜨리는 후렴구다. 야호, 라고 외치듯 혹은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환희가 느껴진다. 그 후 잠시 사위어지다가 긴장감 있게 다시 진행되는 연주.
솔로 바이올린의 기가 막힌 카덴짜 그리고 감동의 눈물.
곧 주인공의 무대가 펼쳐진다. 연주자의 기교와 호흡조절과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연주 후 후렴구가 한 번 더 나오면서 바이올린의 솔로가 다시 이어진다. 완벽한 솔로 무대. 그 가는 현에서 느껴지는 떨림과 물리적인 파동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마음의 진동까지, 오롯이 바이올린에 집중되는 연주가 이어진다.
눈물을 부르는 멜로디와 연주. 그리고 바이올린 현의 트릴과 오버랩 되어 나오는 관악의 멜로디로 다시 합주가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살짝 풀린다. 그러면서 1악장 마지막까지 힘 있고 화려한 솔로 바이올린과 함께 끝을 맺는다. 어쩌면 듣고 나서 터져 나올 감동의 눈물, 무언가 완벽하게 감성을 채워주는 1악장이다.
II. Canzonetta(Andante)
분위기 메이커 관악- 배경에 충실하게
관악의 협주로 이어지는 2악장이다. 클라리넷과 바순 등이 신비하고 안개 사알짝 끼인 듯 몽환적이면서도 청아한 분위기를 이끈다. 그리고 바이올린의 독주가 이어진다. 관악의 연주를 배경삼아 독무대를 펼치다가 그 독무대를 슬며시 플루트가 이어받으면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번 악장은 솔로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주를 이루고 다른 악기들은 배경에 충실해 준다. 다양한 관악기들이 각자 제 역할에 충실하며 음악의 색깔을 살짝살짝 변환시키면서 2악장을 주욱 끌어나간다. 그러면서 3악장으로 바로 바통을 넘긴다.
III. Finale(Allegro Vivacissimo)
환호성이 절로 나는, 연주와 함께 심장도 같이 터져버릴 것 같은 피날레
강하고 빠르고 리듬감 넘치게 피날레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솔로 바이올린도 파워풀하게 달린다. 멜로디의 폭도 크고 작게 다양하고 리듬 또한 탄력이 넘친다. 그러다가 템포가 전환된다. 약간의 무게감을 주면서 천천히 그 후 오보에가 솔로로 이어받는다. 차분하게 솔로 바이올린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어주다가 다시 초반의 탄력적인 연주로 넘어간다. 그리고 또 한 번 앞선 느낌으로 템포 전환이 되면서 피날레를 장식할 숨을 고른다.
마지막은 역시 3악장 주 멜로디로 달린다. 경쾌하고 힘차고 빠르게 듣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매우 화려하게 그리고 강약 조절이 제대로 되면서 마지막엔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게끔, 심장이 연주의 끝과 함께 같이 터져버릴 듯 환호성이 절로 나는 피날레다.
카타르시스, 마음을 정화해준다는 그것이 느껴질 법한 작품이다. 너무 자주 들으면 내성이 생겨서 들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덜 느껴질까 걱정이 되는 곡이다. 그래서 아껴두고 싶은 곡이다. 사람은 늘 행복하기 힘들다. 잠깐의 행복으로 많은 시간을 버텨낸다. 잠깐의 그 행복감이 필요할 때, 쉽게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이 작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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