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4곡. 얼어붙은 가슴(동결) Erstarrung음악 이야기 2022. 6. 30. 21:09반응형SMALL
3곡에서는 눈물이 얼어붙고
4곡에서는 이 마음이 내 심장이 얼어붙는...
그런데 이게 또 녹으면 안 돼...
녹으면 그녀도 녹아서 흘러가버리니까...
영원히 언 상태로, 지금 상태로 있어야 해...
ㅜㅜ
시인 실러의 감성, 여기에 음악을 붙인 슈베르트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은, 녹을 것 같지도 않은 꽝꽝 언 얼음덩어리 안에 새빨간 장미 한 송이가 갇혀 있다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음악이 그렇다. 사랑을 얼려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한 사람의 소망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Erstarrung-동결(얼어붙은 가슴)
이전 세 번째 곡에서 ‘눈물’ 이 얼어붙었었다면 이 ‘Erstarrung’ 에서는 마음이 얼어붙었음을 표현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이 곡에서 마냥 슬픔의 정서를 드러내기보다는 의지와 다짐을 한 스푼씩 넣은 듯하다. 정말로 가슴이 얼어서 딱딱해지고 차가워진 걸까.
.
.
그녀의 모습은 차갑게 얼어있고 내 마음은 마치 죽은 것과 같죠
.
다시 내 마음이 녹는다면 그녀의 모습도 녹아서 흘러가겠죠
https://www.youtube.com/watch?v=hy_qQgP85ZE
https://www.youtube.com/watch?v=zkP4H2WdSiY
이 곡의 마지막 후렴 부분의 가사이자 연주자가 가장 힘주어 연주하는 부분이다. 이 노래 주인공의 강력한 다짐이 들어간 부분이기 때문이리라. 내 마음이 죽은 것 같더라도 얼어붙은 마음 그대로 간직하겠다는 다짐 말이다. 마음이 녹는다면 내 심장은 살아있는 것 같겠지만 그녀도 녹아 어디론가 흘러가버릴 것이기 때문에.
화자의 단호한 심정이 드러나는 음악.
템포가 비교적 빠르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급하게 서두르는 느낌이 없지 않다. 틈을 주지 않고 메우는 잘잘한 피아노 반주가 이를 보여 준다. 음악에 망설임이 없다. 경주마가 앞만 보고 달리듯 음악이 정면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이고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터다.
이 작품에서 ‘얼어붙다’ 는 의미는 능동적인 의미로써의 ‘얼려놓다’ 가 더 어울린다. 얼어 있는 무언가가 녹아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따뜻해지면 모든 게 녹게 마련이지만 화자는 이를 막으려 한다.
.
.
꽃은 어디에 있죠? 푸른 잔디는요?
꽃은 죽었어요. 그리고 잔디는 창백하죠...
.
.
쓸쓸하지만 의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흐르고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는 와중에도 살짝 전환되는 듯 풀어주는 느낌이 중간에 삽입된다. 그 부분의 가사가 위와 같다. 꽃과 잔디, 파릇하게 생명력 있는 존재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아마도 좀 더 정당성 있게 체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인 듯하다.
이에 음악도 뒷받침 해준다. 전체적으로 강한 느낌의 곡에서, 살짝 전환되는 듯 하지만 좀 더 강하게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는 부분인 것이다.
그녀를 가슴 속에 꼭 붙잡아 두고 싶은 한 남자의 강력한(그리고 처절한) 의지력.
<겨울 나그네> 네 번째 작품 ‘Erstarrung‘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그네 6곡. 넘쳐 흐르는 눈물 Wasserflut (0) 2022.07.03 겨울나그네 5곡 보리수 Der Lindenbaum (0) 2022.07.01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3곡 얼어붙은 눈물...Gefrorene Tränen (0) 2022.06.30 겨울나그네 2곡. 바람개비 Die Wetterfahne (0) 2022.06.29 장마철이니까. 겨울나그네 ㅎㅎ 1곡 Gute Naght (0)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