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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2곡. 바람개비 Die Wetterfahne음악 이야기 2022. 6. 29. 18:54반응형SMALL
겨울에 바람개비라...
바람과 바람개비와 ‘그의 이별’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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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그녀 집의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아가고 있어요
마치 떠나고 있는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아요
...<겨울 나그네> 두 번째 곡 'Wetterfahne‘ 의 도입 부분.
#.Die Wetterfahne-바람개비
한 남자가 있다. 떠나는 중이다. 그녀 곁을. 그녀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쉬지 않고 발을 떼어 걸음을 걸으니까. 그 걸음만큼 분명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요만큼도 그녀에게서 멀어지지 못했다. 탄력 좋은 고무줄 마냥 자꾸 그녀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걸 가까스로 그 마음을 붙잡아 추스르며 간다. 마인드컨트롤.
https://www.youtube.com/watch?v=Vkr0DPvOcRs
마인드를 컨트롤한다, 라. 굉장히 잔인한 상황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경우엔 특히나. 이 노래 속 남자는 마음을 컨트롤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나 힘들다. 그 마음이 자기 마음대로 된다면 어디 그게 마음이겠는가. 그리고 그게 어디 진정한 사랑이었겠는가.
그런데 그 와중에 바람이 분다. 겨울바람. 평정심을 갖고자 노력중이건만, 눈치도 없이 바람은 불고, 그 바람은 그녀 집 바람개비(혹은 풍향계나 깃발로 해석된다)를 휘휘 돌린다. 이 남자, 신경이 쓰인다. 마치 자기를 놀리는 것 같다. 매우 예민한 상태. 마인드컨트롤은 이미 물 건너갔다.
반주의 미학.
<겨울 나그네>의 두 번째 작품 ‘Wetterfahne‘ 에서도 역시 반주가 일품이다. 첫 번째 곡을 듣고 나서 연이어 들을 경우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겨울 나그네> 라는 작품 자체가 전반적으로 슬픔과 외로움의 정서를 갖고 있지만 곡 별로 가사와 멜로디가 다 다르듯이 그 어두운 정서들도 매우 세분화되어 다양하게 표현이 된다.
양손의 멜로디를 일치시켜 마치 바람이 한 방향으로 몰아치며 부는 듯한 느낌으로 반주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연주에 감정을 불어넣어줄뿐더러 더 고조시켜준다. 고조된 감정은 쉬이 가라앉혀지지 않는다. 노래는 끝났어도 그 잔여 감정, 피아노가 끌어안는다. 피아노 건반의 마지막 소리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 노래의 정서는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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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픔에 그들이 관심이나 있을까요...
이 길지 않은 노래에서 세 번이나 반복되는 구절이다. 내 슬픔을 알아달라는 건 아니지만 혼자 그 감정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 서글프게 마련이다. 애꿎은 바람이나 탓할 뿐이다.
(악기만으로 연주된 'Die Wetterfahne')
그렇다. 이 남자는 외로운 싸움 중이다. 그의 사랑, 이별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여타 감정들과 홀로 싸우는 중이다.
Die Wetterfahne. 연민을 보낸다. 바람이 훈풍이 되어 사랑의 바람개비를 돌려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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