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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하드코어한 성장. 영화 ‘예언자’개봉 전 영화 후기 2025. 3. 28. 11:35반응형SMALL
범죄로 사회화되는 19세 청년
교육, 교화의 공간에서 비틀린 성장
예언자(2010)_자크 오디아르
말리크(타하르 라힘)는 19세,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부모에 대한 물음에도 대답할 수 있는 게 없고, 아랍인의 모습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났는지 타국에서 태어났는지도 대답하지 못한다. 문자를 읽는 것도 못한다. 그 전에 거주했던 곳은, 소년원. 경찰을 때렸다는 죄목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지만 순순히 감옥에 갇힌다.
그는 수동적인 것 같기도 하고 순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그에 대한 전사는 방금 언급한 것 이외에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감옥생활을 비춘다.
6년을 살아야 하는 그에게 곧 한 남자, 코르시카인 루치아노(닐스 아르스트럽) 세력이 다가온다. 감옥생활을 편히 봐주겠다며,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그 일은, 초반부터 영화를 하드코어하게 장악하는 장면으로 기능한다. 바로, 투옥된 아랍인 한 명을 죽이는 일을, 말리크가 본인 손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이 부분을 그대로 담았다. 자극성을 제거하지 않고 살해의 장면을 여과 없이 담은 것이다. 영화가 하드코어한 건 알겠지만서도, 장면이 매우 자극적이다. 그렇게 초반부터 흠칫 놀라게 된다. 그때부터 말리크는 자신의 손으로 죽인 인물의 환영과 더불어 살게 되고, 영화는 이를 필요할 때마다 넌지시 화면으로, 환상인 듯 실제인 듯하게 비춘다.
배운다는 것 그리고 윤리적 갈등
민족적 갈등과 범죄 교육
말리크는 교도소 안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사회에서는 받아 본 적 없는 교육이다. 말과 글을 배우기도 하지만, 루치아노의 신뢰를 바탕으로 범죄에 가담하며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경험한다.
말리크는 무언가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는 그런 사회생활을 교도소에서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서 간간이, 과거가 불우한 소년이 드디어 구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무언가를 접하고는 새롭게 느끼는 감정이, 눈빛을 통해 나타난다. 영화는 그 눈빛을 담아냈다. 글을 배울 때도, 비행기를 탈 때도, 총을 쏘았을 때도, 어린 아기를 안았을 때도, 그 눈빛은 비슷하다.
그렇다고 말리크가 교육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분별없이 모든 걸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건 아니다. 분명히 첫 살해를 했을 때, 그는 못하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부림쳤었다. 하지만 생존의 기로 앞에서 그런 몸부림은 금방 사그라들고, 음식도 옷도 돈도 갖춰지는 상황들에 자존감이 올라갔다. 결국 6년 동안 그는 감옥 안에서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배우고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고 나온다.
이때 눈여겨볼 건, 이러한 교도소 내 범죄 교육과 갈등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냐는 것이다. 그 ‘분노’가 시작되는 지점이, 이 영화에서는 개개인의 갈등이 아닌 민족적인 갈등으로 대표되고 있다. 아랍인과 코르시카인이 서로를 깔보며 반목하는 게 베이스가 되는 등, 프랑스 교도소 내 ‘민족’이 인물들의 ‘분리’ 기준점이 되고 있다.
그 갈등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지점이다. 감독이 그 부분을 범죄영화를 통해서 꼭 언급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교화가 목적인 교도소에서 어떻게 바깥 사회와 연결된 범죄가 지속되는지를 영화를 통해 풀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갈등과 부패가 있는 폐쇄적 환경 속에서 말리크와 같은 덜 교육된 인물이 교육을 받으며 어떻게 사회화가 되어 가는지를 조명함으로, 스토리에 흡입력을 얻게 된 영화다. 재개봉 일자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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