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가 ‘그녀’로 보여. 영화 ‘파일럿’

1인 2역. 성별 다른 코미디 연기
요즘 트렌드 그리고 성차별 분위기 활용

파일럿(2024)_김한결

영화는 ‘잘나가는’ 파일럿 한정우(조정석)를 비춥니다. 실력도 있고 인기도 있는 최고의 파일럿으로, 그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한정우의 나락을, 성차별적 발언의 통해 그려 냅니다. 회식 술자리에서의 일입니다. 어쩌면 코미디 영화에서 다루기에 까다로울 수도 있는, 반대로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주제로, 생각보다 ‘생각’ 있는 장면 만듦새를 보여 줍니다.

여자 승무원에게 꽃다발 같다느니 하는 발언이 퍼져 나가면서 한정우는 단숨에 실직을 하고, 그 일 때문에 어디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된 데다 이혼까지 하게 되어, 본가에 들어갑니다. 이때 엄마 김안자(오민애)는 트로트 가수 ‘이찬원’ 팬, 동생 한정미(한선화)는 ‘ASMR 메이크업’ 유튜버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팬덤’, ‘유튜버’ 설정으로 요즘 트렌드를 담아 인물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정우는 또 ‘술’을 마시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파일럿’ 직에 지원합니다. 결과는 서류 합격. 알고 보니 ‘여성’ 파일럿 직종에 동생 ‘한정미’ 신상으로 지원한 것이었습니다. 뷰티 유튜버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한정우는 ‘여성’으로 메이크오버를 하고 면접까지 붙어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료 윤슬기(이주명)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냅니다.

한정우가 진짜 한정미로 보이는 연기
‘고비’를 묻고 묻으면서, 마지막에 터지도록.

영화는 쭈욱, 한정우의 ‘한정미’ 연기를 통해 웃음을 줍니다. 풀메이크업을 한 예쁘장한 얼굴에 ‘가성’으로 조심스럽게 내는 목소리로, 일상적인 ‘파일럿’ 장면들을 보여 주는데, 보다 보면 금방 그 ‘여장’ 연기에 적응이 됩니다. 그만큼 연기가 자연스럽고 코믹합니다. 이내 인물 ‘한정우’가 ‘한정미’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어떤 믿음을 가지고 편하게 보게 됩니다.

‘한정우’로 들통날 것 같은 분위기는, 꽤 여러 번 조성됩니다. 그때마다 작위적인 상황들이 코믹하게 연출됩니다. 일대일의 미묘한 상황 즉, 동료와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수염 부분이 거뭇거뭇해진달지, 엄마와 완전히 마주하면서 대화를 한달지 하는 등의 위기들도 있는데, 그때 역시 영화는 ‘관객’만 눈치채도록 하는 ‘코미디’ 요소로 활용하며 넘겨 버립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을 스토리상 클라이맥스로 삼아, 보다 극적으로 연출합니다.

드라마 설정으로써 인물의 성별이 바뀌는 것은 크게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설정 자체에서 어느 정도 코미디가 보장되기 때문에 기대감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배우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설정인 탓에 기본적으로 조정석의 연기에 기대를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 기대감은 충족됩니다. 고전적인 설정과 연기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와 ‘매체’를 활용하는 데서 오는 공감과 웃음이 있습니다.

https://tv.kakao.com/v/447662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