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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냐 프라이드냐, 옛날에 그들, 여성 인물 드라마.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영화 후기 2024. 10. 11. 09:58반응형SMALL
20세기를 지나온 여성들의 삶이 보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한, 해방의 카타르시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2)_존 애브넷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두 배우들입니다. 캐시 베이츠 그리고 제시카 탠디. 유수의 영화들(‘미드나잇 인 파리‘(2012), ’타이타닉‘(1998) 등)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지금도 꾸준히 활동 중인 캐시 베이츠의 젊은 시절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90)를 통해 깊게 각인되어 있는 제시카 탠디의 유쾌한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1992년작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20세기 전반과 후반의 시대 배경 속에 놓인 여성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당시 존재했던 많은 ‘선’들 즉,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옭아 매어져 있는 삶들을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에블린(캐시 베이츠)은 남편과 같이 숙모가 있는 요양원에 가, 우연히 닌니(제시카 탠디)를 만나 대화하게 됩니다. 닌니는 에블린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데, 그 이야기 안에 잇지(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와 루스(메리 루이스 파커)가 있습니다. 잇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장성해서 지내는 동안의 서사가, 닌니의 입으로 전해집니다.
영화는 잇지의 서사를 거의 완벽히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 에블린의 현재 서사와 교차해 진행합니다. 이때 현재의 에블린과 닌니 그리고 닌니의 이야기 속 과거 잇지와 루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여성‘인 것뿐입니다.
영화는 에블린이 그 ’이야기‘를 통해서 영감을 받아 자아를 성장시키는, 그야말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과정을 특히 인물 ’잇지‘를 통해서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여성이라서 흑인이라서, 지위 또는 지역의 ‘선‘
대리만족에서 경험, 체득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의 모습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 일단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흑인 차별의 시대, 여성 또한 특정한 ‘상‘을 지니고 그에 맞게 살아야 했던 시대의 인물상으로 ’루스‘가 있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사회에서 또는 가정에서 자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성상으로 ’에블린‘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서 젊은 잇지와 나이 든 닌니가, 이야기 속 주인공 그리고 이야기의 화자로서, 에블린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에블린의 변화는 매우 도드라지게 표현됩니다. 많은 경우에 액자 구성의 영화에서 액자 밖 이야기는 액자 속 이야기에 보다 집중시키기 위한, 또는 말미에 반전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에블린이 액자 속 이야기를 통해서 내외면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겪습니다. 그런 데다 영화가 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기에, 영화가 좀더 풍부하고 에너지 있게 다가옵니다.
인물들을 통해 삶의 모든 스펙트럼이 표현되었는데, 미국 남부 ‘앨라배마’를 배경으로 또한 ‘조지아’를 언급하면서 1930년대 당시 그곳 사회 문화가 어땠는지를 나타냈고, 그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당대 차별의 ‘선’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인식과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됩니다. 한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그 지방의 ‘음식’으로 구체성을 띕니다.
지금 언급하기엔 좀 민망할 정도 수준의 ‘여성’ 강좌를 들으러 다니던 에블린은 닌니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에는 대리만족을 하지만 그걸 일상에 적용해 보면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물론 새로운 자아를 만들게 됩니다. 이때 닌니와의 관계도 점점 깊어지는 걸 표현함으로써, 결국 영화는 단지 여성들의 서사가 아닌 인간 사이의 깊은 정과 사랑을 나타내며 따스한 미소를 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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