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호프 갈매기, 영화로 보기. 영화 ‘갈매기’영화 후기 2024. 9. 20. 11:10반응형SMALL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원작
캐릭터와 감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깊이의 표현
갈매기(2018)_마이클 메이어
보지는 못 했어도 제목은 모르기 힘든,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 원작 영화입니다. 가족과 지인 등 여러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인 가운데 벌어지는, 인물들의 캐릭터와 감정들로 인한 사건이면 사건, 일상이면 일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특히 인간 군상을 만나 볼 수 있는데, 특히 사랑이 주요 감정으로서 인물들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영화는 20세기 초 러시아 시골 별장을 배경으로, 배우와 작가 등 예술가들의 모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어울림을 보여 줍니다. 처음에는 무슨 관계인지 모를 거리감으로 성인 남녀들이 모여 있어 의아하지만, 서서히 알게 됩니다. 가족 또는 연인 또는 지인 또는 관리인 등인데, 인물들의 그 의아한 거리감만큼이나, 그들 감정의 종류와 거리감 또한 오묘하다는 것을. 그 오묘함은 일과 사랑에서 오는 것으로,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은 인물들의 열망이 전면으로 표출됩니다.
주요 인물은 이리나(아네트 베닝), 니나(시얼샤 로넌), 콘스탄틴(빌리 하울)입니다. 이들이 주요하지만, 이들 또한 다른 주변 인물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주기 때문에,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중 보리스(코리 스톨)가 이리나의 연인이자 성공한 작가로, 마샤(엘리자베스 모스)가 콘스탄틴을 짝사랑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보리스의 경우 이리나와 니나, 콘스탄틴을 모두 흔드는 인물로 중요합니다.
이리나와 콘스탄틴은 모자관계, 니나는 콘스탄틴과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영화는 이리나의 오빠가 위중해 모두 별장에 모인 그 시점의 장면을 비추다가, 스무드하게 과거로 넘어가, 인물들의 관계와 캐릭터, 사랑과 열정, 열등감 등의 복합적인 내면을 비추다가, 다시 첫 장면의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그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이리나가 별장으로 온 시점을 두고, 감정적으로는 콘스탄틴의 심정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냅니다.
그렇게 시작과 끝 지점을 잡은 이 이야기는, 그 중간 과정을 통해서 인간 군상 그리고 예술과 사랑에 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부러 집중했다기보다도, 인물들 자체가 예술과 사랑에 자아를 일치시키고 있기에 그렇게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갈매기가 뭐기에.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단순한, 감정
콘스탄틴은 작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이미 배우로 성공한 엄마 이리나와 이미 작가로 성공한 엄마의 연인 보리스의 존재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심경을 안고 있는, 특히 스스로가 느끼는 열등감 때문에 니나에게 ‘갈매기’를 죽여 바치고 마는, 어떻게 보면 답답하고 어떻게 보면 솔직한 인물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겉으로 그 심경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혼자 피아노를 치거나 ‘갈매기’를 니나에게 주거나 기어이 자신을 해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콘스탄틴 캐릭터가, 이 이야기의 성격과 꼭 같습니다.
인물마다 캐릭터가 다 다르고, 예술적으로 흠모하는 것과 정말로 사랑하는 것의 감정이 혼선된 듯하게, 각 인물들 스스로와 서로에게 모두 뜨거운 욕구와 그만큼의 고통을 안기는 이 이야기가, 꽤나 복잡하고 복합적인 인물들의 내면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사랑 하나로 귀결되는지 모릅니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그게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든 연인 간의 사랑이든 불특정다수로부터 받는 사랑이든 아니면, 예술가로 성공하면 한 대로 못 하면 못 한대로 나 자신을 혹은 나 자신이 바라는 대상을 향한 사랑이든. 어떻게든 내가 사랑하는 대상, 그것이 나이든 나의 작품이든 나의 가족이든 나의 연인이든 그 대상을,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얻기를 바라는 인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감정으로 얽혀 있는 각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나와 사람과 사람 사이로 옮겨 다니는 미묘한 감정들의 모습을, 각 캐릭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체호프의 희곡을 영화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접근성이 좋아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https://tv.kakao.com/v/393117394'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실적이고 세밀한 필체로, 따스하게.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2) 2024.09.25 인기 있을 만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 (2) 2024.09.24 오, 재미있고 깊이있었다. 영화 ‘대치동 스캔들’ (5) 2024.09.19 목소리를 보기. 소년합창단 다룬 영화 ‘보이콰이어’ (0) 2024.09.13 징그럽지만 새로우니까. 영화 ‘프로메테우스’ (1)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