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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생각 이런 사람. 영화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
    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8.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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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비추며, 그 안의 인물, 그 안의 죽음
    불시에 드는 상상을 불시에 표현하며, 인물에 주목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2024)_레이첼 램버트



    몇 년 전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제목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생각나는, 양가적 감정을 표현한 눈에 띄는 제목을 단 이 영화는, 원제 ‘Sometimes I Think About Dying’으로, 때때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프랜(데이지 리들리)의 일상을 담고 있다.



    트렌디한 제목으로 시선을 모으는 데 일단 성공하며, 영화는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의 직장 생활을 차분히 비춘다.

    프랜이 때때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정말로 불시에, 아무런 동기가 유발되지 않은 것 같은 일상적인 순간순간에 자신의 죽음에 관한 상상 장면을 떠올린다는 건데, 영화 역시 그 장면을 앞 장면과 전혀 관계 없는 ‘창의적’인 장면으로 프랜의 죽음 연상케 하거나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죽음’은 말 그대로 죽은 상태의 프랜의 모습을 말한다. 죽는 과정이 아닌, 이미 죽은.)



    이에 인물 프랜에 대해 궁금해지게 된다.

    저 인물은 무엇 때문에 죽음을 상상하는 것일까.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삶이 힘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질적으로 우울함을 타고 났기 때문일까. 영화는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마따나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므로 어떤 욕망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고통을 오히려 죽음을 욕망하는 것으로 상쇄하는, 인간의 특징으로 설명 가능한 인물이 프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랜처럼 빈번하거나 구체적인 상상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랜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죽음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우울감과 권태감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프랜은,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혼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인데, 어느 날 새로 입사한 로버트(데이브 메르헤예)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다.



    군중 속 고독 현실, 몽환적 상상 표현
    배경으로 흘러가는 대화들로 오히려 인물에 집중

    이 영화의 특징은, 프랜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시청각적으로 보이는 장면 비중으로만 따지면 프랜 외적인 부분들이 더 많은, 그럼으로써 오히려 프랜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변 인물들의 대화는 백색소음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는 그런, 중요하지 않은 흘러가는 대화들과 모습들을 그대로 담았는데, 이는 프랜의 심정 즉, 군중 속의 고독 심리나 같이 있으면서도 영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인물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난 영화다. 관객이 공감을 하든 안 하든, 이 영화에 어떤 스토리나 메시지가 있든 없든, 영화는 개의치 않고 프랜이라는 인물의 생각, 상상을 나타내는 데 집중했다.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다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프랜은 죽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고 볼 수도,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특별히 강렬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영화가 인물 프랜을 표현한 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반복되는, 정해진,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사는 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수시로 떠오르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프랜의 일상 속 유일한 자극이자 안식처로 보인다. 그런 인물의 일상을 지켜보는 영화, 마침내 프랜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한 포인트로 결말을 낸 영화다. 9월 4일 개봉.

    https://tv.kakao.com/v/44879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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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