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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먹하다, 모두의 초상. 영화 ‘잠자리 구하기’
    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10. 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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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기억, 19-25세의 기록
    그때 그들의 삶에서 발견하는, 삶의 보편성

    잠자리 구하기(2024)_홍다예



    이 영화를 공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과 고민이 있었을지,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그 고통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화다. 고3 입시생 시절부터 스물다섯 살 청년이 되기까지의 영상이 담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감독 본인과 주변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 그 시절의 모습, 생각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2010년대 중반 대학 입시생이었던 그들의 모습 속에 우리가 있다. 입시의 기술적인 방법들만 조금 다를 뿐, 입시라는 것이 지닌 속성 그 원형은 ‘나 때’와 다르지 않아, 십 대 후반 해사한 얼굴들에 드리운 그림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영상들.



    감독은 그걸 ‘잠자리 구하기‘라는 제목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친구들을 구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꾸렸다. 사실 설정이나 콘셉트랄 것도 없이 극사실주의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게다가 감독 1인칭 시점. 너무나 솔직해서, 다만 사느라 수고가 많았고 지금도 수고한다며 안아 주고픈 마음이 드는 영화다.

    영화가 간간이 담은 그 잠자리는 얇디 얇은 날개 네 쪽 중 하나가 절반이 잘려 물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신세. 대한민국 입시를 겪으며 살아남은, 여전히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 여린 잠자리 한 마리에 빗대어진다. 특히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으로부터 오는 고통이 서려 있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영화
    그때 그들의, 지금 우리의, 초상화

    참,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영화다 싶다. 그나마 전체 이야기에 달린 장면들을 내레이션을 곁들여 단편적으로 보여 주니 망정이지, 이게 만약 제대로 극화되었다면 표현 방식에 따라 좀더 우울하고 좀더 자극적이었을 뻔했다.

    영화의 특성상 감독 본인의 어느 정도의 신상은 물론 그 감상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에 영화가 담은 내용들이 더욱 세밀하고 깊고 날카롭다. 감독은 19세에서 25세의 자신의 초상을, 친구들의 초상을 그리고 이 사회 청소년과 청년들의 초상을 그렇게 그려 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반영하는 영화가 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은, 인터뷰들이 때때로 불편했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감독은 본인의 의지로 밀고 나가 기어코 담아 냈다. 그때가 아니면 또 지금이 아니면 담을 수 없었을 이야기들이다. 덕분에 이 영화가 날 것 그대로인 채로 진실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때’를 다 지나온 사회인이어도 여전히 우리 몸에 새겨져 있을 그때의 모든 것들을, 이 영화가 새롭게 상기시켜 준다.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시에 이 사회를 살아 내는 나와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다.

    https://tv.kakao.com/v/44971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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