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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살아봐도 좋은 세상 만나긴 힘들단 얘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후기 2024. 8. 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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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밀해서 더 씁쓸한 범죄 드라마
    목격자와 범죄자, 제삼자 보안관 이야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_에단 코엔, 조엘 코엔



    영화는 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다른 남자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목소리의 남자는, 가족 대대로 보안관으로 본인도 젊은 나이에 보안관이 되어 이제는 영화 제목상의 노인이 되어 있는 인물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이고, 다른 남자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 르웰린 모스(조수 브롤린)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를 중심으로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안톤의 차분하고 묵직한 무게감이 영화의 공기를 낮게 깔고, 그 공기에서 오는 치밀하고 잔인한 범행이 장면에 압도감을 줍니다.



    에드의 말마따나 이유 없는 범행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안톤은 바로 그런 인물로서 사이코패스 범행들을 지속합니다. 영화는 그런 안톤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그의 행동으로서만 인물을 파악하도록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드가 르웰린을 쫓는 것, 르웰린이 도망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르웰린이 최초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돈 가방을 가져갔기 때문에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인데, 그 긴박감이 남다릅니다. 아주 차분하고 고요한 가운데 긴장감으로 압박이 됩니다. 안톤 못지않게 르웰린도 포기를 모르는 인물로, 또한 안톤 못지않은 차분함으로 그의 추격에서 고요히 달아나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이렇듯 안톤과 르웰린의 장면들 위주로 보여 주고, 간간이 에드를 등장시켜 그 경위를 쫓아 가는 모습을 비춥니다. 에드 역시도 매우 차분합니다. 특히 보안관으로서의 경험과 연륜이 있어서, 르웰린을 보호하고 범죄자의 흔적을 좇는 데 나름대로 차분하게 분투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세월은 흐르지만 변하는 건 없다

    에드가 산 만큼, 특히 보안관으로 일한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그만큼의 세월이 지나갔지만, 그 세월을 다 보낸 시점에서 마주하는 건, 변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부연하면, 좋게 변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었으면, 그가 산 만큼 좀더 좋은 세상을,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세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범죄가 생겨나는, 사회의 어떤 본질이라는 건 여전하고, 그걸 바로잡지 못하는 보안관 등의 기득권 세력 역시 여전히 똑같은데, 안톤과 같은 이유 모를 강력범죄자들은 늘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고민을 빼다 박아 놓았습니다.



    이 영화는 2005년작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자 코맥 매카시는 소설의 배경을 1980년대로 설정했습니다. 1980년대를 2000년대의 눈으로 보아도, 현 2020년대의 눈으로 보아도 이질감이 없는 걸 보니,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세상의 악한 본질 그리고 그에 대한 회의감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그 원형 그대로 느껴지는 것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그나마 범죄 소탕 능력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영화 역시 마지막 장면으로 에드의 그런 지독한 회의감을 꿈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에드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걸 우리가 전해 받고 같이 씁쓸해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운이 느껴지도록, 은근하게 담았습니다.



    그런 표현법 때문에, 이 영화가 안톤 캐릭터와 장면을 선명하게 만든 것 대비 에드의 회의감은 좀 흐릿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싶은데, 또 그게 감독의 연출 방식이자 회의감이라는 것의 성격을 더 잘 내보일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

    https://tv.kakao.com/v/38782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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