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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가 되는 쓰레기, 어쩌지. 영화 ‘아름다운 쓰레기 여행’
    영화 후기 2024. 8. 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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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그리고 풍경 속 쓰레기를 화면 중앙에 두고.
    짧은 영상을 말 없이 이어 붙이며 사색하게 하는 영화

    아름다운 쓰레기 여행(2022)_니콜라우스 가이어할터



    다소 눈에 띄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의 원제는 ‘Matter Out of Place’입니다. 자막으로 해석되기로는, ‘MOOP’는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모든 물질 혹은 행위를 의미’합니다.

    우리말 제목이 다소 반어적이거나 조금 성의 없어 보이기는 한데, 이 영화 역시 쓰레기를 화면 정중앙에, 또는 꽉 차게, 그렇게 ‘주연’으로 두면서도 여타 설명이랄 것 하나 없이 담으면서, 쓰레기와 그 처리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이든, 그렇지 않은 도심 곳곳이든, 상대적으로 잘 사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사람이 사는 곳이든 아니든,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쓰레기가 나옵니다. 쓰레기를 자연에 그냥 버리든, 지하 깊숙이 수십 년간 매립했든, 완벽히 파쇄한다고 파쇄했든,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또 다시 쓰레기로, ‘존재’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내용을, 영상으로 짧게 짧게 담았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고, 텍스트 설명도 없습니다. 효과 음악도 없고, 어떤 내러티브랄 것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어 붙여진 영상 하나하나를 통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그게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우리의 머리를 뎅, 하고 울리는 듯하게 영상으로 말을 합니다.



    단지 보여 주는, 독특한 다큐멘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때, 라고 알리다

    마치 유튜브에서 보는, 카메라를 들고 찍기만 한 일상, 자연, 풍경 영상처럼 보입니다.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고 자연과 도심을 넘나들고, 쓰레기가 한데 모여 있는 처리 공간들을 넘나듭니다. 영화는 쓰레기를 근접하게 비추는 영상들을 차례차례 보여 주면서, 수많은 인간이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배출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지구에 어떻게 배출되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과정을 알게 합니다.



    다만 그 ‘처리’라는 것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가 않아 씁쓸함을 남깁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바로, 쓰레기를 완벽히 없애 보는 것에 있는데, 그것이 쉽지 않음을, 종국에는 알립니다. 영화 말미에 붙어 있는 영상은 그 프로젝트에 관한 것으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파쇄하고 분쇄하고 바닥에 모두 깔아 형체를 알 수 없도록 만들기까지 했는데도, 어떤 것들은 그 형체가 계속해서 남아 있음을 알리면서, 그 정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평온한 바닷속도, 들춰 보니 상상도 못할 쓰레기가 나옵니다. 커다란 타이어가 왜 심해에서 발견되는 건지.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다’는 게 무기가 되어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 지구인들.

    시각적으로는 지구와 인간과 쓰레기, 청각적으로는 단지 ASMR로 들려 오는 이 107분의 영화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저 화면에 담았을 뿐인 영상들이 모인 다큐멘터리인데,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영상이기에, 또 계속해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보여지기에 눈을 뗄 수 없는 독특한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https://youtu.be/RWauz9BPODU?si=aumu6-dEfmczIt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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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