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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엄마. 영화 ‘쁘띠 마망’영화 후기 2024. 7. 12. 09:00반응형SMALL
어린 날, 어리지 않은 소통
여덟 살 소녀들의 심리와 놀이
쁘띠 마망(2021)_셀린 시아마
조용히, 상실감을 마주하는 모녀가 있습니다. 엄마 마리옹(니나 뫼리스)과 딸 넬리(조세핀 산스)입니다. 마리옹에겐 엄마가, 넬리에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유품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는 넬리를 중심으로 합니다. 여덟 살인 넬리는 그 상황, 그 분위기 안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 집에 가족과 머물면서, 고요한 분위기에서 엄마 그리고 아빠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 아빠의 개인사와 개인 감정이 궁금한, 내면이 섬세한 아이입니다.
그런 넬리가 또래 친구를 우연히 만납니다. 나이도 같고 모습도 비슷한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입니다. 이때 넬리와 마리옹 두 배우의 모습이 너무 비슷해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인데, 이들은 실제로 쌍둥이입니다.
영화는 넬리와 마리옹, 두 또래 친구가 어울리며 소통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자연 속에서 무언가 만들면서 친해지고, 역할 놀이를 하며 같이 어른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속깊은 감정을 서로 꺼내 놓게 합니다.
마리옹은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 그리고 아픈 엄마와 살고 있는데, 넬리는 그 모습을 보고 묘한 기분과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넬리 역시 엄마가 잠시 집을 떠나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 ‘마리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 마리옹에 대한 생각을 더욱 깊게 하게 됩니다. 그렇게 넬리는 마리옹에 자신을 조심스레 투영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넬리와 마리옹이 외적으로 ‘아주 닮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거나 활용하지 않지만, 관객 입장에서 그렇게나 똑같이 닮은 두 아이를 보면서 또 다른 어떤 묘한 느낌들을 가질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또한 두 아이의 집 구조나 지팡이 등 소품, 이름 등 설정에 유사성을 주면서, 두 인물과 관계의 연결성을 강화했습니다.
순수하게 만나는 ‘깊이’
단조로워도 반짝이는 이야기
영화는 잔잔하고, 배경이나 톤의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정적인 분위기로, 천천히 넬리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조롭고 구성이나 설정 역시 단순하지만 그 안에 깊이가 있습니다. 그 깊이를 드러내는 방식이 매우 섬세합니다.
삶의 내공이 있을 법한 어른이나 다른 캐릭터를 활용하지도 않있고, 단지 넬리와 넬리와 닮은 아이 마리옹을 통해서, 그 순수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생각과 감정을 담아, 대사로 표현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영락 없는 여덟 살 소녀이고 꼭 그렇게 어울리면서 놀지만, 대화를 보면 점차적으로 깊이가 생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애어른처럼 어색하지 않고, 순수함에서 우러나는 그들 시선의 대화에 깊이가 새겨져 있습니다.
대본, 대사가 돋보입니다. 상실과 아픔, 두려움이 있는 닮은 두 아이를 중심에 놓고, 그 상황 속에서 나올 법한 장면들 그리고 감정, 감성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에서, 섬세함이 보입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워터 릴리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에서 여성의 심리와 소통을 주제로 특유의 섬세함을 내보였는데, ‘쁘띠 마망’은 ‘워터 릴리스’의 청소년들보다도 더 어린 두 여자아이의 우정과 소통을 담으면서,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들 속 깊은 감정과 생각을 드라마로 풀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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