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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면서 쉬는 느낌. 영화 '안경'
    영화 후기 2024. 6. 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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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볕이 좋은 장면들
    여행의 의미

    안경(2007)_오기가미 나오코

     



    타에코(코바야시 사토미)가 한적한 바다 마을로 여행을 옵니다. 사람들이 ‘사색’을 즐기는, 볕이 좋은 어느 지역. 타에코는 특유의 묘하고 나른한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됩니다. 

     

    타에코 외에 그곳에서 생활하는 주요 인물은 셋. 숙소 주인 유지(미츠이시 켄), 그곳에서 빙수를 만들고 체조를 주도하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근처 학교 생물 교사인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입니다. 이들이 그곳 주민이자 여행객으로 있습니다. 

     



    타에코는 그 한적한 곳에서 얼마간 머뭅니다. 딱히 무언가를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를 원하지도 않았던 터라, 타에코는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타에코의 모습이 비칩니다. 

    영화가 머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무언가 ‘사색’하는 분위기 그리고 ‘쉬는’ 분위기는 명확한 상태로 진행됩니다. 여백이 굉장히 많은 영화인데, 그것이 단지 여백이 아니라 어떤 ‘궁금증’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 여백이, 꽉 찬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그 공간들을 보며, 같이 쉴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이해하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가 보여 주는 공간, 사람, 분위기에 같이 젖어 들면서 쉴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장면마다 볕이 참 좋습니다. 밝고 따스한 햇볕이, 장면에 담긴 풍경을 더욱 빛냅니다. 특히 맑은 하늘빛의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하고, 그 장면 안의 사람들이 묘하게 안정감을 줍니다. 

    이들이 말하는 여행은, 무언가를 보고 즐기는, 즉,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공간에 놓이는 것, 같이 밥을 먹고 빙수를 먹으면서도, 또 함께 모여 있으면서도 각자의 ‘체조’를 하듯 각자 사색하고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여유 그리고 정
    각자의 사색, 각자의 체조

     

    영화가 강조하는 건 여유를 아는 것과 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여유를 안다는 것은 영화 속 대사처럼 ‘그곳에 머물 재능’이 있다는 것과 같고, 정이라는 것은 ‘부담없이’ 정을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색뿐인 그곳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또한 정은 나누되 부담은 주지 말자는 것이, 영화가 가진 태도입니다. 그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앉아 (이를테면 바다) 빙수를 먹거나 사색을 하거나 체조를 하는 것이 여행이자 삶이라고 말합니다. 

     



    다같이 모여 모래사장에서 체조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공동의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마주보기보다는 같은 곳,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행동을 하면서 쉬고 즐기는 것이 좋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침에 타에코 개인 공간을 훅 침범해 들어오는 사쿠라의 모습 또는 우린 다 아는데 너만 모르지, 실은 우리가 정상이야,라는 므흣한 웃음들에 흠칫하게 되는, 독특한 정서가 있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볕 좋은 해변 한적한 여행지에 쉬러 온 듯한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매력 있는 영화입니다. 그 안에서 소소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어 의미가 있습니다.

     

    https://tv.kakao.com/v/8929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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