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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수수하고. 영화 '말아'영화 후기 2024. 6. 4. 09:56반응형SMALL
팬데믹 시기, 한 청년의 일상
차분하고 나긋한 흐름
말아(2022)_곽민승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여름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리(심달기)는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엄마(정은경)에게 연락이 옵니다. 엄마의 김밥 가게를 맡아 달라는. 그렇지 않으면 자취집을 빼겠다는.
주리의 나른한 일상 속 유일한 대화 상대는 엄마입니다. 주리와 엄마는 유선상으로나 대면상으로나 티격태격하는, 어느 현실 모녀 관계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주리는 엄마의 김밥 가게를 맡습니다.
소상공인들이 특히 타격을 입은 그 시기. 주리네 김밥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도 많이 없고 한가한 그 가게를 맡기 위해, 주리는 김밥 만드는 법을 처음으로 배웁니다. 가게를 맡아야만 하는 이유는, 아픈 할머니를 살피러 엄마가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시작부터 모든 설정들이 일상적입니다.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합니다.
힘든 시기를 딛고 나아가는 모습
천천히, 그저 흐름에 맡기며.
영화에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건 인물들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 설정일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고 뒤로 후퇴할 수도 없는, 답보 상태의 팬데믹 분위기. 소상공인 엄마는 가게 유지가 힘들고, 청년 주리는 마땅한 직업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무언가에 의욕적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주리. 또한 매일 김밥 가게에 오는 청년 이원(우효원)도 무언가를 공부하는 수험생입니다.
이렇듯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주리는 하루하루를 김밥을 만들면서 보냅니다. 그러면서 다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녹화해 두었던 ‘비디오’를 돌려 보기도 하고, 주어진 현재를 차분히 살아갑니다.
작은 연못 물처럼 잔잔한데, 결국 시냇물이 되어 ‘흘러’ 갑니다. 거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지 않는 것 같은데 나아가고 있고, 그럼으로써 서서히 좋은 변화가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 가기에 부담 없는 영화입니다. 무언가 힘을 주었거나 욕심을 냈더라면 부자연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본래 이야기에도, 인물에도, 인물의 연기에도, 이야기의 흐름에도, 모두 힘을 뺐습니다.
청년 주리의 일상을 바라보고, 쳐다보고, 느긋한 호흡으로 따라가게 되는, 수수한 맛이 있는 영화입니다.
https://tv.kakao.com/v/43095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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