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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음악 같은 영화 '걷기왕'
    영화 후기 2024. 5.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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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를 두려워하지 않는 템포감
    인디음악을 듣는 듯한 특별한 일상 이야기

    걷기왕(2016)_백승화

     



    만복(심은경)은 이동수단을 탈 수 없는 희귀한 병이 있습니다. 타기만 하면 멀미를 하는 탓에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도 걸어서 다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복은 잘하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그저 학교를 다니는 것이 일상인 만복. 그러던 어느 날 만복이 ‘걷기’를 잘한다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김새벽)이 육상부를 권유합니다. 그때부터 만복은 ‘경보’를 하게 됩니다. 

     



    영화는 무언가 해야만 하고, 잘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만복을 통해서, 영화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무리해서 찾고, 그것을 잘 하기 위해 무리하게 달리기 보다는 자신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소소한 설정이 주는 즐거움

    먼저 만복의 이름에서부터 위트가 느껴집니다. ‘만보기’로 읽히는 만복의 이름은 ‘경보’에 어울리고, 만복의 집에서 기르는 소, 소순(안재홍)의 대사로 참신한 내레이션을 들려줍니다.

     



    만복과 다르게 아주 열심히 공부하며 결국엔 정답을 맞히는 짝꿍 지현(윤지원),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운동에 매진하는 선배 수지(박주희)를 비롯해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정돈(안승균) 등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각자 마음에 품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꿈이든, 욕심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것들인데, 이러한 것들이 거창하지 않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색한 템포를 즐기는 영화


    인물들의 연기는 아주 약간의 과장과 작위성이 들어 있습니다. 과하지 않게, 일상적입니다. 그리고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템포를 매우 잘 활용해 웃음 포인트로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대사와 대사 사이, 혹은 행동의 그 ‘사이’들의 틈을 타 위트를 가미하고 있어, 영화의 흐름이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쉼표와 늘임표들이 음악의 맛을 더해주듯이 영화가 바로 그러한 지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인디음악과 같은 영화

     

    스토리와 연출 면에서 모두 인디음악 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과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습니다. 

    ‘걷기’와 ‘뛰기’ 사이에 있는 ‘경보’를 활용해 십대들의 삶과 꿈을 표현하면서, 그 중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메시지와, ‘걷기’를 이용해서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단순하게 표현한 점이 어느 노래의 가사와 같습니다. 여기에 잔잔하면서도 순박한 흐름이 크게 튀지 않고 단순하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의 멜로디 같고, ‘사이’를 이용한 위트의 연출이 노래의 박자와 같게 느껴집니다. 

     



    소소한 인생인 듯하지만 그 안에 의미가 있고, 특별함이 있다고 말해주며, 이는 ‘각자’의 삶마다 다를 것이라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 ‘걷기왕’입니다.

     

    https://tv.kakao.com/v/7896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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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