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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핑크빛. 영화 '바비'영화 후기 2024. 5. 14. 12:15반응형SMALL
가상의 인형 세계로 ‘나’와 ‘현실’ 표현
요소요소 표현마다 신선하고 영리한.
바비(2023)_그레타 거윅
영화는 먼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패러디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아주 오래 전, 사람 이전의 원숭이들이 살던 때 갑작스런 ‘진보’를 겪으며 사람이 되어 세상이 바뀐 그 장면을, 이 영화 ‘바비’는, 아주 오래 전, ‘아기’ 인형을 갖고 놀았던 여자아이들이 ‘바비’ 인형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다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러고는 인형 ‘바비’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상품으로 출시되어 있는 바로 그 ‘바비’ 인형을 세계를, 영화는 ‘인형놀이’에 착안해 공간과 소품을 꾸미고,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하고, ‘인형놀이’를 ‘스스로’ 하는 듯이 캐릭터 연기를 합니다.
‘바비’들과 ‘켄’들만 있는 세상. 그곳은 여성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바비들은 자신들 덕분에, 그러니까 바비 인형이 현실 세계에 각각의 특색과 역할이 있는 인형으로써 퍼져 나갔기 때문에, 현실의 여성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바비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전형적인’ 바비, 바비(마고 로비)입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셀룰라이트’가 생기고 급기야 ‘발’이 평평해지는 등의 변화가 생깁니다.
초반부 바비의 세계는 인형의 세계인 것답게 작위적이지만, 그 작위성은 ‘인형’이라는 이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인형 ‘바비’가 만들어 놓은 ‘정형성’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늘 파티를 열며 매사에 희망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암묵적인 강요를, 영화는 풍자하는 것입니다.
이 풍자성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강렬해집니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여성과 남성의 개인적 혹은 집단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만들어지는 그 생각과 행동들을, ‘바비’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을 통해 묘사하고, 반영했습니다.
인형놀이와 현실을 이은 설정
참신하고 날카로운 표현이 돋보이다
영화는 가부장적 현실과 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게 고민한 모습입니다. ‘바비’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바비’들 세상의 시스템은 어떤지, 그것이 현실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현실에서 바비인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 세계의 ‘여성’의 역할과 현실에 빗대어,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또 대비되도록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비의 세계는 현실의 영향을 받고, 현실은 또 바비의 세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재기 있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이를 비주얼적으로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바비라는 ‘인형’ 세계에서 ‘현실’로 넘나드는 그 모습을, 가상이지만 현실처럼, 또 현실이지만 가상처럼 표현하면서 시각적으로 새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는 또한 통찰력도 보여 줍니다. 가부장제와 ‘여성’에 관한 것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객관적으로 설명 가능하도록 철저하게 따져 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들이 서로 잘 섞이고 화합하도록 하는 결말로, 그 ‘과정’을 어떻게 ‘잘’ 풀어내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의미가 됩니다.
구체적인 메시지와 의미가 또렷한 풍자성 강한 영화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닌 영화입니다. 장면 안에 담긴 표현 요소들 하나하나가 기발하고 창의적이기에, 영화 ‘바비’만이 차별성이 강합니다.
특히 감독과 배우로 그레타 거윅이 참여했고, 각본은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이 함께했는데, 노아 바움백은 워낙 '풍자' 스토리를 쓰고 연출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고(영화 '화이트 노이즈' '결혼이야기' '위 아 영' 등), 그레타 거윅은 '여성'의 목소리를 많이 내는 영화를 연출, 연기하기에(영화 '레이디 버드' '우리의 20세기' '매기스 플랜' 등)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시선이 모아지는 영화입니다. (사진출처:다음영화)
https://tv.kakao.com/v/43842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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