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사람.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이라크 파병 군인의 전설, 그 인물을 비추다
전설 ‘크리스 카일’을 통해 전쟁을 바라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_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는 이라크전쟁 당시 네 차례나 파병되어 천 일 정도, 백 이십 명 이상을 저격한 유능한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실화를 중심으로 한 원작 도서를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브래들리 쿠퍼가 카일 역을 맡았습니다. 

카일은 특수부대 중에서도 정예부대인 네이비 실의 저격수로 선발되어, 특별히 뛰어난 사격 실력과 투철한 정신으로 ‘전설’이 됩니다. 이러한 역할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한껏 몸을 키워 실제 정예 군인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전쟁에서의 활약 그 이상의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를 나타냅니다. 

 

 

 

천생 군인이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이라크 내 전투를 세밀하게 담으며

카일은 어린 시절부터 ‘나쁜 짓’을 처단하는 강한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면서 911테러 이후 훈련에 임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격수가 되어 이라크로 향했습니다. 카일의 ‘우리’를 공격하는 ‘적’을 처단한다는 일념으로 전투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같습니다. 여타 다른 것은 생각할 일이 전혀 없다는 듯, 임신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이 자체가 카일이라는 캐릭터가 됩니다. 여러 군인들 중 한 명이 아니라, 그 중에서도 능력이 좋고, 뒤를 돌아볼 줄 모르고, 목표에 충실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전쟁에 충실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영화는 이라크 내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성 전투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곳 사람들 개개인의 참상과, 소수 군인들의 개별적인 작전과 소통이 주로 표현됩니다. 

 

 

큰 전쟁이 숲이라면 영화는 나무를 비추고 있습니다. 군인이나 이라크인의 군상이 아닌, 카일이 중심이 되는 나무를 보여주며, 그가 저격하고 공격하는 순간과 그 순간을 대처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투를 생생하게 담고 있지만, 그 현장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들 즉 미국에서 카일을 기다리는 아내 타야(시에나 밀러)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면 더욱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영화는 전쟁영화가 자체가 가지는 스케일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니고, 이라크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담으려 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한 사람이 그로 인해 얻게 되었던 후폭풍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얼핏 스치는, 하지만 깊게 박인 감정의 표현
내면이 그대로 비치는 표정들

영화는 크리스 카일의 미세한 감정들을 매우 담담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큰 표정도 없고, 표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에 대한 회한이나 슬픔도 크게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했지만 동료를 잃었고,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순간들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온몸에 박이게 되어, 화면에 배우가 담겨 있는 그 자체로도 많은 감정들이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특히 카일이 사람을 저격하는 그 순간의 감정들, 미국에 돌아와 있을 때의 이질적인 감정들,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단지 회한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전투와 인물, 감정 모든 것을 매우 소중하게 다루며 담담하고 균형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인물을 조명하고 있지만 이는 아주 많은 이들의 이야기이자 나라 전체의 이야기입니다. 한 인물의 삶과 감정을 세밀하게 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전쟁이라는 거시적인 측면의 많은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입니다. 

 

 

https://tv.kakao.com/v/64725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