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밖에서 살아간다. 영화 '노매드랜드'

세상이 혹은 인생이 무너트린 삶의 유랑
사회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 이야기

노매드랜드(2020)_클로이 자오

 

영화는 느리고 차분하게, 드넓고 광활하게, 한 여성의 모습을 담습니다. 삶이 많이 팍팍한 듯 보이고 갈 길을 잃은 듯 가끔 초점을 잃지만, 홀로 강한 생활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실직을 했고, 남편을 잃었고, 삶의 터전까지 모두 잃게 된 여성 ‘펀’의 이야기입니다. 

 

펀 역에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입니다.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이 영화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펀의 복잡한 감정들이 말없이 표정에 담기는 순간순간들, 실제 노동자들이 수고하는 모습이나 노매드들의 생의 모습과 그 기운이 배우를 통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78회 골든 글로브, 93회 미국 아카데미,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기반으로, 현실 인물들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더욱 진실되게 다가옵니다. 2011년 회사가 망하면서 지역 전체가 망하게 되었다는 텍스트로 영화는 시작되지만, 영화는 그 이전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현재 미국을 지탱하는 사회 시스템들이 촉발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바로 그 증언입니다. 

 

사실 그대로를 담으며, 인생을 경외하며

 

영화는 다큐와 드라마가 온전히 밀착되어 있습니다. 허구의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이야기, 그들 삶의 현장과 그 연기와 교감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진실되고, 우리의 생활과 너무도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각 인물들이 모여 자신의 노매드가 된 사연들 담담하게 풀어놓는 모습 등이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그리고 ‘집’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는 물론이고 집을 가지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삶의 방식들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는 오지에 가까운 광활한 자연 속에서 홀로, 동시에 연대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대 문명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가 ‘현대’이고 ‘문명’의 결과입니다. 사회 시스템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온몸으로 체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매드 생활을 선택한 이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아주 세밀하고 자세하게 노매드들의 생활을 들여다본 영화입니다. 각자의 차 안에서, 길 위에서, 광활한 자연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끈끈한 관계와 교감하는 모습이 영화 안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대자연의 경관들, 예민한 감수성이 담긴 음악과 영화의 서사를 담고 있는 노래와 시 등이 영화를 반짝입니다.

 

https://tv.kakao.com/v/417727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