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가족, 어른 가족코미디. 영화 '퀴즈 레이디'

두 자매가 만들어가는 인생, 코미디

퀴즈쇼에 동기화된 인물의 일상 속에서.

 

퀴즈 레이디(2023)_제시카 유

 

 

 

영화는 앤(아콰피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일상을 짧게 비추면서 시작합니다. 

 

앤의 어린 시절은 줄곧 퀴즈쇼와 함께였습니다. 테리(윌 페렐)가 진행하는 티비 퀴즈 프로그램으로, 앤이 그 퀴즈쇼를 보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앤은 거기에 빠져 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앤의 엄마는 도박 등을 하며 아이들을 방치한 모양이고, 언니 제니(산드라 오)는 자기 인생을 사느라 나름대로 바쁜 모습이어서, 그러한 시간 동안 앤은 쭉 퀴즈쇼에 빠져 지냈고 현재에도 퀴즈쇼만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잘못 듣고는 앤과 제니가 만나게 되고, 제니가 앤의 집에 머무르면서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됩니다. 

 

 

앤과 제니의 캐릭터는 서로 매우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앤은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 하고 조용히 회사와 집만 다니면서 퀴즈쇼에 빠져 살고, 외양도 구부정한 자세로 자신감이 없어 보입니다. 반면 제니는 모두의 눈에 띄는 화려하고 활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그러던 중 제니는 앤이 퀴즈쇼에 나오는 모든 퀴즈들을 순식간에 완벽하게 맞히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놀라고 그게 아까워서, 영상으로 앤의 모습을 찍어 올립니다. 그리고 제니는 앤이 퀴즈쇼에 나가도록 독려합니다. 

 

이때 외부적인 사건이 하나 있는데, 그건 엄마의 빚입니다. 그 빚 때문에 앤은 반려견을 빼앗기고, 퀴즈쇼에 나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앤이 출연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 또한 장면으로 잘 담겨 있는데, 자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회사 동료들에 그동안의 무존재감이 폭발하게 되면서, 드디어 퀴즈쇼에 나가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LWUVcEjzE

 

 

가족 사연과 코미디를 잘 버무린 영화 

‘나의 영웅은 너야’

 

앤에게 엄마는 떠안은 빚과 같고, 제니는 철없는 친구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 매 장면들, 인물들의 표현들마다 웃음 포인트를 담으려 한 모습입니다. 특히 제니가 등장하면서부터 코미디는 배가 되고, 제니 특유의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앤을 퀴즈쇼에 나가도록 이끕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가족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영화는 그 사연에 중점을 두기보다 그걸 보다 유쾌하게 코믹하게 그린 모습입니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가족’인 이들의 애정 어린 모습이 그 안에서 드러납니다. 

 

제니는 ‘미국에서 동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게 어떤 줄 아냐’는 대사를 수차례 하기도 하는데, 이는 진심이기도 하면서 변명이기도 한 코미디 요소로 또는 공감의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염 씨 성을 가진 한국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앤은 퀴즈쇼에서 진가를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 앤의 곁을 지킨 퀴즈쇼와 진행자 테리는, 앤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인데, 이를 연결지어서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좋든 나쁘든 오랫동안 한결같이 함께한 가족은, 테리의 오랜 퀴즈쇼와도 같게 보입니다. 변함없이 맨날 똑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특별함이 있고 하나하나 기억할 만하다는 것을, 테리와 앤의 장면을 통해 보여줍니다. 

 

마침내 앤은 제니에게 ‘나의 영웅은 너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러한 가족 간의 정을, 아주 유쾌한 코미디극으로 만들어낸 영화 ‘퀴즈 레이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