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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묵히 먹먹하게. 영화 '싱글라이더'
    영화 후기 2023. 11. 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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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하고 아프지만

    은근하게 에두르는 삶의 비애

     

    싱글라이더(2016)_이주영

     

     

    영화는 시종 은근하고 미묘하게 에둘러 표현합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분위기도, 인물들도,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관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싱글라이더, 즉 현재 시점으로 자신의 삶의 주변부를 돌고 있습니다. 특히 강재훈(이병헌)이 그렇습니다.

     

    강재훈(이병헌)

     

    재훈은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 진우를 호주로 보낸 기러기아빠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부실채권을 팔아 철퇴를 맞으면서 재훈 역시 금새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삶의 막다른 길에서 재훈은 가족이 있는 호주로 향합니다. 영화는 호주 배경으로, 재훈이 가족의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재훈,수진(공효진)

     

     

    모호하게

     

    재훈은 내내 검정 수트 차림입니다. 아무런 의지도 에너지도 없이 아내의 집 주변을 맴돌고, 지켜봅니다. 절대 눈에 띄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저 본인 없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만 봅니다.

     

    그제야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간간이 겹쳐 보입니다. 아내에게 호주 체류를 먼저 권했던 것부터가 잘못됐던 걸까, 재훈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놓은 모습을 덫으로 삼아 스스로 삶의 비애를 떠안습니다.

     

    지나(안소희),재훈

     

     

    재훈은 호주에서 지나(안소희)를 만납니다. 자신과 다르게 생기 있어 보이지만 지나도 누군가의 구조가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서로가 만나게 되면서 재훈이 지나를 구해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지나 역시 삶의 비애에서 자유롭지 못한 운명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아주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재훈은 자신의 삶의 제3자로 가족 주변을 지속적으로 맴돕니다.

     

     

    자신의 존재의 언저리에서, 그저 혼자 바라보고, 짐작하고, 생각합니다. 소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 더 안쓰럽게, ‘싱글라이더’인 인생으로서, 그저 혼자서, 벌여 놓은 삶을 마무리합니다.

     

    마지막 감정들

     

     

    표면적으로 시원스럽게 드러나는 생각도, 감정도, 메시지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보여주는 대로, 그러니까 재훈의 눈으로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며 감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묵묵하게 그 시선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맥락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비참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아픔과 슬픔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백미는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의 눈물 장면입니다. 지속적으로 절제된 감정이 자연스럽게 폭포수처럼 터지는 장면이 각 배우에게 있습니다. 참을 수 없이 터지는 두 인물 각각의 눈물 장면을 위해 앞선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묵묵하게 바라보게 되고, 마침내 먹먹해 말을 잃게 되는 영화입니다. 많이 우울하고 힘든, 그런 삶의 직설적인 애통함을, 은근한 방법으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영화 ‘싱글라이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CV3B7Tk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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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