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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한 거 보고플 때. 영화 심야식당
    영화 후기 2023. 10. 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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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밤, 골목 안 작은 음식점
    사람 사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공간, 시간들

    심야식당(2015)_마츠오카 조지

     



    영화 ‘심야식당’은 동명의 원작 도서와 드라마 시리즈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영화 안에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는 먼저, 늦은 밤 도로를 안정적인 속도로 달리며 도쿄 시내의 전경을 비추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시적인 가사가 있는 차분한 OST와 함께 도시의 현실적인 밤 풍경을 전하면서, 이내 그 뒤편 골목으로 시선을 옮겨, 그제야 하루를 시작하는 한 남자를 슬며시 비춥니다.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작은 식당을 혼자 운영하는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입니다. 마스터는 한눈에 봐도 아주 소박해 보이는 작은 식당에서 그 식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음식들을 만들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바 공간을 깨끗이 닦고 가게 밖 불을 켜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냅니다. 

    이내 손님들이 들어와 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비칩니다.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그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그 모습이 매우 편안해 보입니다. 손님들은 마스터를 매우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는 분위기이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서로서로 잘 아는 분위기입니다. 

     


    이렇듯 영화 초반부는 한정된 공간, 하나의 인물, 그 인물의 행동, 같은 공간에 모이는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식당 밖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면서 보이는 공간과 사람들의 장면까지, 마치 막이 오른 어떤 연극 무대를 보는 듯도 합니다.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도시의 밤이 ‘심야식당’의 온기로 채워집니다. 그 안에서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즐기는 모습에서 어쩐지 심야 시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이는 오프닝의 영향을 받아 그 연장선상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식들이 고즈넉하면서도 몽환적이면서도 생기 있게 전해집니다. 

     

     

    뭉근하게 전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확장보다는 깊이 있게, 숨은 드라마로 감동을.

    심야식당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과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를 조금 늦게 마치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마스터는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의 음식을 건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가볍기도 하고, 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생계 등에 관한 그들의 무거운 이야기들은 처음엔 수면 아래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저 심야식당에 가면 거의 언제나 마주치는 정도의 친분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실려 그냥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는 그 정도 사이에서는 절대 알아챌 수 없는 깊은 사연과 감정이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그 이야기들을, 심야에 작은 식당에서 소박하게 음식을 즐기는 정도의 템포로, 차분하고 여유 있게 전해줍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심야에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순한 음식처럼 전해집니다. 진중한 캐릭터의 마스터가 만드는 음식들이 심야의 허한 속을 채우며 위로를 건네는,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 영화 ‘심야식당’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JPMI92je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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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