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슬픔, 상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영화 후기 2023. 10. 21. 14:25
    반응형
    SMALL

    진심이 따뜻한 영화
    상실감으로 엮인 인물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2023)_김희정

     


    영화는 동일한 사고로 각각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남편을 잃은 아내 명지(박하선)를 중심으로, 친구를 잃은 해수(문우진), 동생을 잃은 지은(정민주)의 이야기가 같이 담겨 있습니다. 해수와 지은이 잃은 인물은 동일인물입니다. 

     

    명지(박하선)
    해수(문우진)
    지은(정민주)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보다 인물들의 감정과, 그 감정이 움직이는 행위들로 이야기가 풀려 나갑니다. 사건이라고 하면, 명지의 남편 도경(전석호)이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가 같이 사망한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도입부에 슬쩍 흘릴 뿐 장면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명지의 이야기, 해수와 지은의 이야기가 따로 진행됩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안에, 남편과 또는 친구와 함께했던 과거의 조각들이 들어 있습니다. 

     

     

    명지는 남편을 잃은 상실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가지고 표현하는 인물입니다. 명지는 폴란드에 잠시 갔다 오는 이야기로, 해수는 병원에 입원한 지은을 북돋는 이야기로, 지은은 재활의 의지를 다져가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그 방법이 직접적이지 않고 은근하고 은은합니다. 마지막 단 한 장면을 위해서, 모든 인물들이 슬픔을 안고 상실 직후의 일상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광주와 바르샤바의 어색한 등장
    상실감을 치유하는 따뜻한 진심

     


    영화는 명지가 폴란드 바르샤바에 가서 얼마간 지내고 그곳에서 친구 현석(김남희)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멀리 떠났더라도 명지는 전혀 환기가 되지 않습니다. 상실감을 그대로 품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영화는 바르샤바에서 인물들이 대화를 통해 폴란드를 ‘설명’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갑자기 설명되는 바르샤바 이야기에, 순간 이게 간접광고인가, 하는 뜬금포를 경험하게도 됩니다. 광주에 대한 언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도시의 협찬을 받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연출입니다. 

     



    이국적인 도시 바르샤바, 아주 오랜만에 만난 남편의 친구 현석, 그리고 명지 사이에 어쩐지 이질감이 너무 없어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명지의 상실감에 모두 묻히는데, 명지만 상실감에 빠진 게 아니라 현석도 왜인지 그런 느낌에다가 거기에 바르샤바가 어정쩡하게 끼어 있어서, 갸웃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심 하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명지의 상실감이 주된 정서로, 그 상실의 감정만 따라간다면 영화의 흐름을 잘 탈 수 있을 것 같고, 또 해수의 마음을 지켜보고 그 감정을 가늠해보는 게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화 안에서 가장 복잡할 인물은 어린 해수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고, 그 친구의 누나이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슬픔과 신체적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해수로서는 정말 버거운 일일 듯한데, 해수는 영화 안에서 오히려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인물로 유일한 활력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마음만큼은 너무나 아름답게 담긴 영화입니다. 해수가 지은을, 지은이 명지를,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것으로 위로를 전하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4LcZKRJHA

     

    댓글

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