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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벌한 형제, 양. 영화 '램스'
    영화 후기 2023. 10.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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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슬란드 시골 마을의 양 목장 사람들
    양의 존재 그리고 살벌한 두 형제

    램스(2015)_그리무르 하코나르손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 정화되는 듯한 드넓은 자연 속에서 양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가장 잘 자란 양을 뽑는 대회를 하기도 하는 등 양 키우는 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골 마을입니다. 

     

     

    그렇게 아주 한적한 분위기에서 굼미(시구르두르 시구르욘)가 죽은 양을 한 마리 발견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극초반부에 보이며 이 이야기의 복선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그의 형 키디(테오도르 율리우손)가 등장합니다. 

     

    굼미(시구르두르 시구르욘)
    키디(테오도르 율리우손)



    키디가 키우는 양은 굼미의 양을 제치고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두 형제의 관계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와 더불어 양 전염병 문제로 마을 전체가 생계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나타냅니다.

     



    양 전염병이라는 현실적이고 신선한 소재
    그것이 드러내는 형제의 갈등과 화합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굼미와 키디 사이에는 거대한 틈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도 없이 필수적인 소통만 거의 비대면으로 하며, 그저 양 키우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어 남인 듯 남이 아닌 듯 살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양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이들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도, 아주 가까워지게도 하면서 형제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먼저 영화는 양을 키우는 것이 생계인 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비춥니다.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양을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들의 생계이자 생존이고 양이라는 생명체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화면으로나마 마주하도록 하면서 엄숙하고 존엄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형제에게 양이 곧 삶이라는 건 더욱 선명해집니다. 마을의 모든 양들이 처분되기 전후 이들의 표정이나 행동 등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고뇌와 불안 등의 심리를 세밀하게 화면 안에 담아 보여줍니다. 한편 이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면 속에는 때때로 진짜 형제이기에 가능한 거친 행동들이 섞여 있어서 아주 살벌한 가운데 유머가 녹아 나기도 합니다.   

     



    또한 굼미는 양을 놓지 못하고, 키디는 삶을 놓아버린 듯 살아가게 되는 상황을 담으면서, 삶의 일부분을 잃게 되었을 경우의 상실감과 애착 등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이 지점이 숭고하게 다가옵니다. 

    굼미와 키디의 우애 역시 양과 함께합니다. 양으로부터 온 위협은 결정적인 순간에 굼미와 키디의 화합으로 이어지고, 양의 생사 문제였던 것이 이들의 생사에까지 연결되면서 영화는 생명과 생존과 사랑의 존엄함을 한 그릇에 담아 보여줍니다.

     

    예고

    https://www.youtube.com/watch?v=GRYbfxcJJf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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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