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물고 물림. 영화 '샤퍼'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본 영화인데

보면서도 무슨 내용일지 잘 예측이 안 되어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인물도 양파처럼 계속 나오고 내용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까지 애플티비 순위에 올라 있었는데

지금 보니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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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전환되는 반전의 이야기
사건을 인물 중심으로 설명하는 구성

샤퍼(2023)_벤저민 카론

 

영화는 ‘샤퍼’라는 용어를 ‘빠른 두뇌 회전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설명하면서 다소 어둡고 묘한 분위기로 문을 열지만, 이내 그 분위기를 녹이는 산드라와 톰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산드라(브리아나 미들턴),톰(저스티스 스미스)

그렇게 꽤 낭만적인 분위기로 내용이 전개되기 시작됩니다. 도시의 작은 책방 안에서 시작되는 로맨스. 책을 사러 온 산드라(브리아나 미들턴)와 책방 주인 톰(저스티스 스미스)의 만남입니다. 

 

이들의 장면이 짧지 않습니다. 초반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그 장면이 로맨스를 전하는 것 이외에, 영화의 내용상, 구성상 사실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초반부터 이 장면들을 내보이기 때문에, 보이는 장면들에 그저 집중하다 보면 영화가 실제로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아채기가 힘듭니다. 어쨌든 초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며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듯합니다. 

그리고, 사랑인 줄 알았던 산드라에게 돈을 뜯긴 톰. 여기에서부터 영화는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각각의 인물 카테고리로 설명하는 이야기

 

맥스(세바스찬 스탠)

영화는 이후 산드라의 이야기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맥스(세바스찬 스탠)에게 철저한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해서 뛰어난 사기꾼으로 거듭난 산드라. 산드라는 생존을 위해서 맥스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또 그 일들을 너무나 잘 수행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비쳐집니다. 

이후에는 맥스와 매들린(줄리안 무어)의 이야기로 점차 더 깊숙이 들어갑니다. 특히 맥스와 매들린의 관계 그리고 매들린이라는 인물의 입체성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됩니다. 

 

리차드(존 리스고),매들린(줄리안 무어)

 

이들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훈련된 사기 행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이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고, 영화 제목따라 ‘샤프하게’ 보여줍니다. 맥스와 매들린을 팀으로 묶지 않고, 각각의 인물 즉 맥스와 매들린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야기가 좀더 꼬이도록, 인물과 인물의 물림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종국에는 톰과 산드라까지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그제서야 인물들이 각각의 팀이 됩니다. 영화는 초반에 할애했던 장면들이 유의미하도록, 결말을 만들어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0Gruj3b3GE 

인물의 존재 자체가 사건을 흥미롭게 하다

어쩌면 사기를 주제로 하는 뻔한 이야기가 될 뻔했지만, 영화는 톰, 산드라, 맥스, 매들린 그리고 그 주변인물 모두에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관객은 물론이고 장면 안의 인물들도 계속해서 같이 속이면서, 끝까지 진실에 닿기 힘들도록,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도록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점점 깊숙이, 핵심으로 들어가면서도 멈추지 않고,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영화입니다. 초반 로맨스도 살리면서, 인물 개개인의 캐릭터가 또렷하게 드러나면서 마무리되는 영화 ‘샤퍼’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