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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하고 잔잔한. 인물이 돋보이는 영화 '치히로 상'
    영화 후기 2023. 3.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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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순위에서 일본신작영화 본게

    애니메이션빼고 처음인 느낌인데. 아닌가.

    어쨌든 여성인물 치히로 상 이야기인데

    잘봤다. 

    너무 잔잔쓰도 아니고 너무 힐링힐링 강요도 아니고.

    프레시함이 있었다. 

    감독이 전에 뭘 만든 사람인가 봤더니

    '사랑이 뭘까'라고. 

    정말 세밀하고 현실적이고 깊이있어서 놀란 영화가 있는데

    그걸 만든 감독이었다!

     

    영화 '사랑이 뭘까' 이야기

    https://jyshine24.tistory.com/401

     

    서론이 너무 길었넹.


    어떤 판단도 없이, 그저 보여주는 이야기
    그럼으로써 외로움을 보듬어주는 영화

    치히로 상(2022)_이마이즈미 리키야

     


    치히로(아리무라 카스미)는 현재 도시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직전에는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했던 인물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긍정적이고 자신의 삶을 좋아하며 타인과 세상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비쳐집니다. 씩씩하고 사교성이 좋은 데다 자신의 전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인물로 표현됩니다. 

     

    영화가 그런 치히로를 소개하는 방법은 그저 치히로의 행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해맑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습, 어른이든 아이든 처음보는 이든 누구와도 허물없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기꺼이 다가가 말을 걸며 도시락을 건네 함께 먹는 모습 등, 영화는 치히로에 대한 어떠한 판단이나 편견 없이 평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인물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호감도, 오지랖으로 느껴지지 않는 딱 적당한 선으로 특히 삶에 힘든 부분이 있는 다른 인물들의 틈을 파고드는 치히로. 그 상대가 되는 인물이 다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오카지(토요시마 하나)가 치히로의 성격을 온전히 반영합니다. 

    오카지는 학생으로, 가족에게서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겉돌아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치히로를 볼 때마다 몰래 사진을 찍는데, 그 행동은 치히로를 향한 동경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영화 도입부터 꽤 흥미롭게 텐션을 돋우는 설정이 됩니다. 

    그렇게 영화는 치히로를 중심으로, 치히로가 어떻게 주변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상대방에게 부담 없이 위로를 건네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치히로 과거의 일들을 보여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에 장례식장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평소 타인에게 하던 행동과는 모순되는 그 모습에서부터 시작해, 영화는 치히로의 과거를 아주 조금씩 넌지시 풀어냅니다. 

     

    https://youtu.be/b2cqDKQ0iSk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들의 결과, 치히로

    그동안 치히로의 삶은 전혀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시절 혼자 김밥을 만들어 먹고 성매매업소 ‘치히로’에게 위로를 받은 경험으로 자신을 지탱하면서, 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개인의 힘으로 스스로의 삶을 일군 인물로 그려집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면서 살았던 결과가 바로 치히로라는 인물 자체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치히로는 현재의 일상에서 힘겨움을 느끼게 됩니다. 치히로는 자신의 일상에서 만나게 된 모든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면서 거의 가족에 가까운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 서로 간의 고리가 되어준 이후에, 떠납니다. 안정감을 손에 넣은 듯한 그때에 또다시 새로움을 선택하고, 외롭지 않을 수 있을 환경을 버리고 또다시 외로움을 선택합니다. 

    영화는 그런 치히로를 들여다보면서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나 결핍, 순응과 회피, 안정감과 불안정감의 팽팽한 균형 속에서 찾아가는 개인의 행복에 대해 조명합니다. 그러한 메시지나 인물 치히로에 대해 절대적이거나 옳거나 하는 등에 대한 판단 없이 관찰자로써 지켜보기에 더욱 위로가 되는 영화 ‘치히로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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