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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는 있으나 내 정서상 쫌... 영화 '유랑의 달'
    개봉 전 영화 후기 2023. 1.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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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입도도 좋고 재미있게 보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현타가 오더라.

    이걸 어찌 봐야 하는 건가 싶어서. 

    원작소설 후기를 찾아보니 평가는 대부분 좋았지만

    나란 사람의 영화 후기는, 산뜻하진 못하겠다. 

    개봉은 1월 18일.

     

    IMDb 7.1/10점


    사랑과 괴로움을 모두 주고받는 상처 많은 사람들
    유려한 연출, 신선한 이야기 그러나 근원적인 불편함

    유랑의 달(2022)_이상일

     


    영화 ‘유랑의 달’은 동명의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소설은 출간 1년만에 37만부가 판매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영화는,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거나 상처를 이용해 또다시 상처를 주고받거나 하는 등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주요인물은 사라사(히로세 스즈), 후미(마츠자카 토리), 료(요코하마 류세이)이다. 특히 사라사를 중심으로 그 어린 시절과 현재가 교차된다. 현재 사라사는 료와 연인으로 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는 후미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사라사(히로세 스즈),후미(마츠자카 토리)

     

    사라사와 후미가 함께 지냈을 때 그들의 일상은 아주 안정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후미가 먼저 사라사에게 손을 건네면서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 편한 나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보기에, 소아성애 유괴범과 피해자일 뿐이었다. 당사자들의 진실은 세간의 판단 속에 여지없이 묻혔다. 그렇게 15년이 흐른 뒤, 사라사와 후미가 마주치게 된다. 그 이후 사라사는 완전히 흔들린다. 후미에 대한 죄책감과 애정이 뒤섞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료와의 관계도 벌어지게 되는데, 이때 료 역시 건강하지 못한 정신으로 사라사와 본인 모두를 더욱 괴롭게 한다.

     


    사연 있는 인물들의 섬세한 표현
    다만 피할 수 없을 소아성애 미화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사라사와 후미의 관계이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으며 가장 행복한 때를 보냈다는 그 과거 상황을,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순수하게 그렇게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후미가 어린 사라사에게 이성적 감정이 정말 없었는지, 소아성애자로 볼 여지없이 순수하게 인간적 교류로만 볼 수 있겠는지 하는 것이다. 

    영화의 관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들이 함께했던 일상, 교류를 순수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영화는, 후미는 어른 여성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밝히면서, 이로써 후미가 특별히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언질을 주었는데, 사실 이는 상당히 애매한 지점으로, 영화는 소아성애이거나 아니거나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비틀면서 후미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비쳐진다. 

     

     

    즉, 후미는 어른 여성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지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후미가 어른이 된 사라사를 좋아하게 됨으로 소아성애에 대한 여지도 소급해서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데, 영화 속 단 한 장면이 그 순수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후미가 어린 사라사를 이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이다. 그 장면만 없었더라도 영화는 거의 확고히 후미와 사라사의 관계를 순수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소아성애로 볼만한 구체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인간적으로만 마음을 나누는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어른 여성에게 감정을 못 느끼는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미의 시선에 담긴 그 감정에 완벽한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듯하다. 영화 역시 어느 관객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고 생각되기에, 완벽히 그 인물들 사이의 진실에만 손을 들어 주기는 못내 불편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A2B23AtcE

     

    영화의 서정적인 연출이 이 인물들과 원작의 이야기를 살리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러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역으로 들게 하는데, 근본적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사랑받게 된 현실 자체에 어떠한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면, 필자는 너무나 대단한 불편러인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또다시 회의감이 든다. 

    어떻든, 매우 흡입력 강한 스토리와 연출을 자랑하는 영화이다. 각 인물들의 깊은 상처와 그들 간의 행동과 관계, 후미의 강력한 사연까지,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섬세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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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