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오묘한. 영화 '아무도 없는 곳'

고요한 마음으로 보는

대화 중심으로 풀어지는 영화

 

보니, 영화 더테이블 최악의하루 감독 김종관 감독.

이 두 영화들 참 잘 봤었는데 이 영화도 좋았다. 

섬세한 대화가 담긴 섬세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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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외로움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대화
쓸쓸하지만 포근하게, 대화 중심의 이야기

아무도 없는 곳(2021)_김종관

 

영화는 다소 오묘한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그 분위기는,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다방 느낌의 커피숍 공간의 두 남녀가 대화를 통해, 조금 낯설고 나른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풀어가는 데서 나옵니다. 

먼저 앉아 있던 미영(이지은)에게 말을 거는 창석(연우진). 영화는 이들의 대화 그 대사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처음 보는 사이인 듯 보였지만 실은 두 사람은 모자 관계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ZizQ_-fQc

 

미영 역 배우가 이후 문숙으로 바뀌며 명확하게 그 관계 설정이 되는데, 여기서 그 관계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미영과 창석의 대화 그 자체가 중요하고, 미영이 미영을 그리고 창석이 미영을 바라보는 그 시각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초반 장면으로 시선을 모은 후, 본격적으로 창석의 행보를 다룹니다. 창석은 홀로 있을 때 고요하고, 누군가와 함께할 때 부드럽게 대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창석은 소설가로,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와 출판사 후배 유진(윤혜리)을 만나고, 우연히 길에서 성하(김상호)를 만나고, 바에서 바텐더 주은(이주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창석(연우진)

 

홀로. 그리고 둘이서 하는 대화

영화는 창석과 다른 한 사람, 이 둘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 나갑니다. 주고받는 대사들에 이들의 사연이 들어 있는데, 특히 창석의 사연보다는 상대방 인물의 사연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그들은 그저 담담하게 자신들이 겪었던 일이거나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는 어딘가 텅 비어 있는 듯합니다.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감정이, 쑥 빠져나가버린 탓입니다. 

이를 상실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유진은 아이를 지웠고 연인과 헤어졌습니다. 

 

유진(윤혜리), 창석

 

성하는 아내를 잃을 뻔했다가, 결국 잃었습니다.

 

성하(김상호), 창석

주은은 기억을 잃었습니다.

 

창석, 주은(이주영)

 

이들의 사연이 창석의 대화를 통해 다 전해진 후에 비로소 창석의 사연이 내비쳐집니다. 

창석 역시 자녀를 잃었고, 아내와 헤어졌다가 재회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만났던 세 사람과의 시간에서 얻은 것들로 상실감의 이유를 추억하고는 이내 자리에 앉아 글을 써내려 갑니다. 

 

오묘하지만 사실적인 분위기, 몰입도

영화는 꽤 묘한 분위기를 갖습니다. 모두 현실의 이야기임에도 그렇습니다. 일단 도입부 미영과의 대화 장면이 그 분위기를 끌어내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경험을 한 인물들이 그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풀어가는 덕분에 오묘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몰입도도 상당합니다. 이 영화는 대화가 주가 되기에 인물의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대사들에 예상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저절로 몰입이 됩니다. 

모두가 전혀 다른 경험을 하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아픔은 다르지 않습니다. 죽음까지 생각했던 인물들. 끝일 수도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창석의 소설을 통해 다시 시작됩니다. 감정과 사연이 대화를 통해 모여,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아무도 없는 곳’입니다.